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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한 군인의 유해가 고향 땅을 밟는 그 순간, 공항 전체가 멈춥니다.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을 보면서 저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군복무 시절 밤샘 근무를 하며 중얼거렸던 군가 한 소절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밤잠을 이룬다.'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이 영화는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깊게 일깨워 줍니다.

챈스 일병의 귀환, 어떤 영화인가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라크에서 전사한 해병대 일병 챈스 러셀 펠프스의 유해를 고향인 와이오밍주 뒤부아까지 운구하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마이크 스트로블 대령이 자원하여 호송관(Escort Officer)을 맡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기서 호송관이란, 전사한 장병의 유해가 가족의 품에 안길 때까지 단 한 순간도 곁을 떠나지 않고 동행하는 임무를 맡은 군인을 뜻합니다. 전사자와 그 가족 사이의 마지막 다리가 되는 역할입니다.
저는 군대를 다녀왔지만, 솔직히 이런 절차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전사자의 군복이 흐트러짐 없이 갖춰져 있는지 확인하고, 유품 하나하나를 인벤토리에 기록하며 서명을 받는 장면들. 그 꼼꼼한 절차들이 오히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챈스 일병은 쉬는 날이었음에도 동료들이 출동하는 것을 알고 스스로 따라나섰다가 IED(급조폭발물), 즉 도로 위에 매설된 폭발 장치에 의해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혼자 사방으로 총을 쏘며 동료들의 탈출 시간을 벌었습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함께한 전우들 모두 돌아오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 장르: 실화 기반 드라마 (2009년 개봉)
- 주인공: 마이크 스트로블 대령 (호송관 자원)
- 전사자: 해병대 일병 챈스 러셀 펠프스, 와이오밍주 뒤부아 출신
- 핵심 주제: 전사자 운구 절차와 그 여정에서 마주치는 미국 시민들의 예우
호송관 제도, 그 묵직한 임무의 무게
영화에서 마이크 스트로블이 도버 공군기지를 출발하기 전, 담당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 주는 사상자가 너무 많아서 오늘 출발하기엔 무리일 것 같습니다." 그 한 문장이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매주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담담하게 말해줍니다.
미군의 유해 송환 절차(Dignified Transfer)는 전사자가 전장을 떠나는 순간부터 가족의 손에 닿는 순간까지 전 과정을 군이 책임지는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Dignified Transfer란 '존엄한 이송'이라는 뜻으로, 전사자의 유해를 화물이 아닌 사람으로서 끝까지 대우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호송관은 그 원칙을 몸으로 구현하는 사람입니다. 비행기에서 수하물과 별도로 모신다는 것, 일반 수하물 칸에 함께 싣지 않는다는 것, 이런 세부 원칙 하나하나가 유족에게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위로가 됩니다.
제가 직접 밤샘 근무를 해봤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호송관의 임무는 단순히 밤을 새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전사자와 함께 수천 킬로미터를 동행하며, 유족의 울음 앞에 군인으로서 똑바로 서 있어야 하는 감정적 무게까지 짊어져야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그 무게가 화면 밖으로 느껴졌습니다. 미 해병대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호송관 임무는 자원자를 원칙으로 하며, 전사자와 같은 군 출신 장교가 우선 배정됩니다.
공항에서 멈춰 선 사람들, 그 장면이 말하는 것
영화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장면은 거창한 연설이나 훈장 수여식이 아니었습니다. 비행기에서 유해가 내려오는 동안 공항 탑승구에 있던 승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기다리는 장면, 그리고 지나가는 차들이 길가에 멈춰 서는 장면이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강요받은 것도 아닌 자발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몇년 전 군부대 인근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이 떠올랐습니다. 위수 지역(garrison area), 즉 장병들이 허가 없이 벗어날 수 없는 구역이라는 점을 악용하여 군 장병들에게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거나, 짜장면 한 그릇에 단무지 추가 요금을 붙이는 일들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거기에 고등학생들이 군인을 집단 폭행한 사건까지. 그리고 그 사건을 군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은폐하려는 시도까지 이어졌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속 공항에서 멈춰 선 사람들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반대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휴가 복귀 전 식당에 들른 군인의 식사비를 몰래 결제하고 조용히 자리를 뜨는 시민의 이야기가 가끔 기사에 실립니다. 제가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한 끼 식사라도 그 마음이 모이면 진짜 예우가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은 것들이 쌓여야 문화가 됩니다.
우리나라 군인 예우, 지금 우리는 어디쯤 있을까
우리나라는 징병제(compulsory military service) 국가입니다. 징병제란 국가가 법으로 국민에게 군복무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뜻합니다. 영화 속 미국처럼 자원하여 입대하는 모병제와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그래서 군복무에 대한 사명감이나 자발성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가 군복무를 할 때도 솔직히 처음부터 사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군복을 입고 근무를 서는 그 시간만큼은, 내가 이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누군가가 불안한 밤을 보낸다는 책임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현역 병력은 약 50만 명 수준이며, 매년 수십만 명의 청년이 새로이 군복무를 시작합니다. 그 숫자만큼의 가족이 매일 밤 누군가를 기다리며 잠을 청합니다. 그 현실은 자원입대든 징병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군인 예우는 군가산점 같은 제도적 혜택을 주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군인에게 특별한 편을 만들자는 것도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혼자 초소에 서 있는 그 시간의 무게를, 조금만 떠올려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장례지도사 게리가 챈스의 관 앞에서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야 고향에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그 한 마디가 예우의 본질을 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챈스 일병의 귀환은 실화인가요?
A. 네, 실화입니다. 실제 미 해병대 대령 마이크 스트로블이 이라크에서 전사한 챈스 러셀 펠프스 일병의 유해를 와이오밍주 뒤부아까지 호송한 경험을 기록한 회고록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스트로블 대령은 이 경험을 직접 책으로 남겼고, 2009년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Q. 미군의 호송관 제도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A. 미군은 전사자 발생 시 Dignified Transfer 절차에 따라 호송관을 배정합니다. 호송관은 유해가 전장을 떠나는 순간부터 가족에게 인도될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가능하면 전사자와 같은 군 출신 장교가 자원하여 맡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Q.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전사자 예우 제도가 있나요?
A. 우리나라도 국군 전사자에 대한 유해 송환 및 안장 절차가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국립묘지 안장, 유족 지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운영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개인 호송관이 밀착 동행하는 방식은 미군과 세부 절차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Q. 영화에서 챈스 일병은 왜 쉬는 날에 출동했나요?
A. 영화 속 전우들의 증언에 따르면, 챈스 일병은 원래 그날 나갈 예정이 아니었습니다. 동료들이 출동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따라나섰다고 합니다. 그리고 IED 공격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동료들이 탈출할 시간을 벌었습니다. 전형적인 자기희생의 행동이었습니다.
결론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은 전쟁 영화가 아닙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이야기, 돌아오지 못한 사람과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 무게를 나누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직접 군복무를 해봤기에 더 선명하게 와닿았는지도 모릅니다. 밤샘 근무를 마치고 교대를 기다리던 그 새벽의 공기가 생각났습니다.
군인에 대한 예우는 거창한 곳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차 한 대가 멈춰 서는 것, 식당에서 조용히 계산서를 가져가는 것, 그리고 오늘 밤도 초소를 지키는 누군가를 잠깐이라도 떠올리는 것. 그 작은 마음들이 쌓일 때 비로소 영화 속 공항의 그 장면이 우리 현실에서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조용한 저녁에 한 번 꼭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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