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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공기살인' 리뷰 (가습기 살균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안전불감증)

필름아카이브 2026. 8. 14. 01:32

목차


    내 아이를 위해 산 물건이 아이를 죽였다면, 부모로서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영화 '공기살인'은 실제로 있었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첫째 아이를 낳고 가습기를 장만했던 저로서는 이 영화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1994년부터 2011년 사이였다면, 저 역시 아무 의심 없이 그 살균제를 사용했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다룬 영화 '공기살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다룬 영화 '공기살인'

    가습기 살균제가 폐를 굳힌 원리, 영화는 어떻게 보여줬나

    영화는 한 아이가 수영 중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평소 몸이 약해 결석이 잦았던 민우가 수영장에서 팔다리를 굳힌 채 가라앉는 장면, 그 짧은 장면 하나가 이후 두 시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폐 엑스레이를 들여다본 아버지이자 의사인 태우는 처음에 원인을 알지 못합니다. 폐섬유화(Pulmonary Fibrosis) 소견이 나왔기 때문인데, 폐섬유화란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 정상적인 호흡 기능을 잃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리고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 또한 아들과 똑같은 폐 질환이 원이이였습니다. 문제는 불과 5개월 전 종합검진에서 아내의 폐는 완전히 정상이었다는 겁니다. 급성으로 진행된 것이 분명한데,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축입니다.

    태우와 그의 처제이자 검사인 영주가 추적 끝에 찾아낸 물질이 바로 PHMG입니다.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란 살균 목적으로 사용되는 화학 성분으로, 피부 접촉이 아닌 호흡기를 통해 직접 흡입될 경우 폐 조직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에서도 장기간 흡입 시 치명적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공식 사이트).

    가습기 살균제는 물통 안에 넣어 사용하도록 설계된 제품입니다. 가습기가 수분을 공기 중으로 분무할 때 살균제 성분도 함께 미세 입자 형태로 퍼져 나가고, 이를 매일 수 시간씩 밀폐된 공간에서 호흡하는 것은 PHMG를 폐 깊숙이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것과 다름없었던 겁니다. 특히 피해자의 70% 가까이가 영유아, 임산부, 전업주부였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비극이었죠.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무너지는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태우가 집에서 가습기를 발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내가 사다 놓은 가습기, 가족을 위해 집 안 공기를 촉촉하게 만들려고 켜두었던 그 기계가 결국 가족 전체를 죽음으로 이끈 도구였다는 것. 그 역설이 너무 잔인했습니다.

    • 피해 집중 계절: 겨울~봄, 환기가 적고 가습기 사용이 집중되는 시기
    • 주요 피해군: 영유아, 임산부, 전업주부 — 실내 체류 시간이 긴 구성원
    • 핵심 유해 성분: PHMG — 호흡기 흡입 시 폐섬유화 유발
    • 피해 규모: 1994년~2011년, 약 천만 통 판매, 정부 공식 인정 피해자 약 4,300명
    요약: PHMG 성분이 가습기 분무를 통해 폐 깊숙이 흡입되며 폐섬유화를 일으켰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영유아와 주부가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기업의 책임, 그리고 우리가 놓친 안전망의 구멍

    영화 속 기업 오투의 임원이 내뱉는 말이 있습니다. "천만 명이 썼는데 그중 몇 명 죽은 거잖아. 재수 없는 교통사고 같은 거야." 실제로 이 대사를 들었을 때 저는 잠시 멍했습니다. 말문이 막히는 게 아니라, 이게 단순한 영화적 과장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광범위하게 유통될 수 있었던 데는 명확한 제도적 맹점이 있었습니다. 이 제품이 공산품으로 분류되어 있었기 때문에 의약품이나 화학물질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별도의 국가 허가 없이도 시중에 유통될 수 있었습니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문구를 버젓이 포장지에 적은 채로 말이죠.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관련 피해 신청 건수는 수천 건에 달하며, 아직까지 구제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출처: 환경부 공식 사이트).

    기업이란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소비자와 함께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이고, 그 사회에서 신뢰를 담보로 제품을 판매합니다. 저는 기업이 제품을 팔면서 소비자의 안전을 담보로 삼을 권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옥시라는 기업은 동네 구멍가게가 아닙니다. 그 규모와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이 마땅히 뒤따라야 했습니다.

    영화가 특히 예리한 지점은 주인공을 의사와 검사라는 사회적 강자로 설정한 부분입니다. 그런 배경을 가진 두 사람도 전관예우를 업은 대형 로펌, 언론 통제, 검찰 압박 앞에서 이토록 힘겹게 싸우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평범한 유가족들은 얼마나 더 긴 싸움을 해왔을까요.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역학조사(疫學調査)가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달랐을 것입니다. 역학조사란 질병의 발생 원인과 분포를 추적해 공중 보건 대응책을 마련하는 과학적 조사를 말합니다. 봄에만 짧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패턴 때문에 체계적인 역학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은, 제도 자체에 얼마나 큰 구멍이 있었는지를 드러냅니다. 안전불감증이란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이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입니다. 이 사건은 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가장 처참한 방식으로 증명했습니다.

    보상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떠난 가족이 돌아오는 건 아닙니다. 제 경험상 부모가 자식을 위해 내린 선택이 결과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때, 그 죄책감은 평생을 따라다닙니다. 그렇기에 진정한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보다 먼저 "우리가 잘못했다"는 말이 필요한 것입니다.

    요약: 공산품 분류라는 제도적 허점과 기업의 무책임이 맞물려 참사를 키웠으며, 피해자 가족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공기살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건가요?

    A. 네, 2011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극 중 기업명과 인물은 가상이지만, 사건의 구조와 피해 양상은 실제 사건과 매우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기억을 다시 꺼낸다는 점에서 가볍게 소비되어서는 안 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Q. PHMG가 왜 그렇게 위험한 건가요?

    A. PHMG는 피부에 닿는 것보다 호흡기로 흡입될 때 훨씬 강한 독성을 나타냅니다. 가습기가 수분과 함께 이 성분을 미세 입자로 분무하면, 그것이 폐 깊숙이 들어가 폐 조직을 손상시키고 폐섬유화를 일으킵니다. 장기간 반복 흡입이 문제인 만큼,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Q.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현재 어떻게 됐나요?

    A. 정부가 공식 인정한 피해자는 약 4,300명이지만, 살균제를 사용하고도 피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도 피해 구제와 보상 조정이 계속 협의 중이었으며, 아직 충분한 해결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Q. 지금 가습기를 쓰는 건 괜찮은가요?

    A. 가습기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핵심은 가습기 살균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었으며, 2011년 판매 금지 조치 이후 해당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시중에서 사라졌습니다. 다만 가습기 청결 관리는 여전히 중요하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첨가제를 임의로 넣는 것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제가 직접 육아를 하면서 아이를 위해 하나씩 골랐던 물건들이 떠올랐고, 그중 가습기도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시절에 살았더라면 저 역시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고, 그 선택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을지 생각하니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마음을 추스를 수 없었습니다.

    이 사건은 누구 하나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허술한 제도, 이윤만을 앞세운 기업, 묵인한 공무원, 그리고 안전불감증이라는 사회 전반의 문화가 함께 만들어낸 참사입니다. 지금이라도 기업의 진심 어린 사과와 충분한 피해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설마 이게 위험하겠어"라는 안이한 생각을 경계해야 합니다. 공기살인은 그 경계심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장 무겁게 일깨워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9bNN2RIpHM&t=29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