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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리뷰 (학교폭력, 복수극, 트라우마)

필름아카이브 2026. 8. 18. 01:45

목차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 2가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TV쇼 부문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그렇겠다 싶었습니다. 18년에 걸친 복수 서사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학교폭력(학폭)이라는 사회적 범죄를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였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문제로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학폭의 생생한 보고를 보는 것 같아 보는 내내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습니다.

     

    이 시대의 학폭의 문제점을 적나라 하게 드러낸 드라마 '더 글로리'
    이 시대의 학폭의 문제점을 적나라 하게 드러낸 드라마 '더 글로리'

    학교폭력의 메커니즘, 드라마는 어디까지 현실인가

    일반적으로 학교폭력은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박연진이 문동은을 표적으로 삼은 이유도 표면적으로는 그저 자신의 변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꼼꼼히 보면 연진의 행동 안에는 분명한 패턴이 있습니다. 자신보다 순수하고 성실한 동은에 대한 열등감이 폭력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드라마 속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학창시절 제 친구를 괴롭혔던 친구도 성적에서 밀린다는 압박감이 컨닝 강요와 따돌림으로 이어졌으니까요.

    드라마는 가해자 집단의 구조도 정교하게 보여줍니다. 연진을 중심으로 최혜정, 손명우, 이사라, 전재준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 피해자를 고립시킵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집단 괴롭힘의 역할 분화라고 설명하는데, 주동자·조력자·방관자·피해자로 나뉜 구조 속에서 피해자가 홀로 저항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집단 괴롭힘의 역할 분화란, 폭력이 특정 개인의 악의가 아니라 집단의 암묵적 동의와 분업으로 유지된다는 개념입니다. 동은이 경찰에 신고했을 때도, 담임 종문이 연진 패거리의 편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심한 폭행이 돌아왔다는 장면은 이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여성가족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 학생이 "신고해도 소용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전체 응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출처: 여성가족부). 동은이 신고 후 더 큰 폭력을 당하는 장면은 이 데이터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과장됐을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현실을 꽤 정직하게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 주동자(연진): 폭력의 방향을 결정하고 지시
    • 조력자(혜정, 사라, 재준, 명호): 폭력을 실행하거나 묵인
    • 방관자(학급 전체, 담임 종문): 암묵적 동의로 구조를 유지
    • 피해자(동은, 이후 경란): 고립된 채 저항 수단을 박탈당함
    요약: 더 글로리의 폭력 구조는 현실의 집단 괴롭힘 메커니즘을 그대로 반영하며, 피해자가 혼자 빠져나오기 어려운 이유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18년짜리 복수극, 어디서 공감이 터졌나

    더 글로리는 일반적으로 권선징악 복수 드라마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것은 단순한 카타르시스 그 이상이었습니다. 카타르시스란 억눌린 감정이 극적 경험을 통해 해소되는 것을 말하는데, 동은의 복수가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이기기 위한 복수'가 아니라 '망가진 삶 자체에 대한 복수'였기 때문입니다. 송혜교가 분노를 절제하면서도 눈빛으로만 18년의 무게를 전달할 때, 저는 그 감정이 어디서 오는 건지 알 것 같았습니다.

    동은이 자퇴 후 분식집 아르바이트를 하고, 방직공장에서 주경야독하며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두 번의 임용고시 끝에 교사가 되는 과정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독할 정도로 현실적입니다. 화상 흉터가 남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즉 극심한 심리적 충격이 신체적 증상과 반복적 재경험으로 이어지는 상태가 동은에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드라마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파트 2가 아시아권을 넘어 남미까지 공감대를 얻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피해자가 '완벽한 피해자'로 머무르지 않고 가해자의 언어를 역으로 사용해 싸우는 장면들, 예를 들어 이사장을 협박해 교사직을 얻거나 혜정의 과거를 쥐고 흔드는 장면들이 불편함과 통쾌함을 동시에 주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복수 드라마가 이렇게 도덕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남길 줄은 몰랐으니까요.

    요약: 더 글로리의 복수극은 단순한 사이다 서사가 아니라, 피해자의 삶이 송두리째 파괴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드라마 전체로 증명하는 구조다.

     

    학폭 트라우마, "이제 잊으면 되지"라는 말이 왜 폭력인가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장면은 연진이 동은에게 "네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지옥이었다, 오히려 나한테 감사해야 된다"고 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대사가 섬뜩한 이유는 현실 속 가해자들이 실제로 이렇게 생각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가해를 가해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거나, 인식하더라도 합리화하는 것, 이것이 학폭 피해자가 수십 년이 지나도 용기를 내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입니다.

    제 경험을 솔직하게 말하면, 중학교 때 뺨을 맞고 따돌림을 당한 기억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특정 상황에서 불쑥 올라옵니다. 심하게 폭력을 당한 분들과 비교하면 제 경험은 훨씬 가벼운 것이지만, 그럼에도 사춘기라는 인격 형성기에 받은 충격은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대인관계에서 소극적인 성격으로 이어졌습니다. 학폭 피해자에게 "이미 지난 일이다, 잊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폭력입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학창 시절의 만성적 괴롭힘이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복합 PTSD)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복합 PTSD란 단일 사건이 아닌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외상 경험으로 인해 자아 정체감, 대인 관계, 감정 조절에 광범위한 손상이 생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동은이 화로 인한 흉터를 치료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설정은 이 개념을 신체적으로 가시화한 것입니다(출처: 국립정신건강센터).

    현실에서 잘나가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학폭 사실을 뒤늦게 폭로하는 피해자들을 향해 "이제 와서 왜"라고 반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반응이 얼마나 가해자 중심의 시선인지를 드라마를 보면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폭로 자체가 트라우마를 다시 소환하는 고통임을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요약: 학폭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워주지 않으며, 피해자에게 망각을 강요하는 것은 가해의 연장선이다.

     

    드라마의 한계와 미디어의 선한 영향력 사이

    더 글로리가 비판받는 지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동은의 복수 과정에서 주여정의 역할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 사랑 서사가 과도하게 개입된다는 점은 제가 보기에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만약 동은이 여정 없이 자신의 힘만으로 복수를 완성했다면 메시지가 더 단단했을 것입니다. 복수의 정당성이 온전히 피해자 자신에게서 나와야 이야기가 더 묵직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유의미했던 이유는 학폭을 미화하거나 희화화하지 않고, 피해자의 몸과 정신에 남겨진 상처를 집요하게 응시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효과 연구에서는 이를 의제 설정 기능(agenda-setting function)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의제 설정 기능이란, 미디어가 특정 사안을 반복적으로 다룸으로써 수용자가 그 문제를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를 말합니다. 더 글로리가 방영된 이후 학폭 관련 신고 및 사회적 논의가 실제로 늘었다는 점은 이 기능이 작동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송혜교, 임지연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연기 면에서 커리어 최고점을 찍었다는 평가는 제가 봤을 때도 틀리지 않습니다. 특히 임지연이 연기한 박연진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를 끝까지 정당화하는 인물로, 시청자가 학폭 가해자의 심리 구조를 이해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습니다. 드라마 한 편이 학폭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게 미디어가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영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더 글로리는 서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학폭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미디어의 의제 설정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 작품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더 글로리 파트 1과 파트 2 중 어느 쪽이 더 재미있나요?

    A. 일반적으로 파트 1이 다소 느리다는 평가가 많은데, 제가 직접 보니 파트 1이 없으면 파트 2의 복수가 아무런 무게를 갖지 못합니다. 파트 1은 복수의 정당성을 쌓는 과정이고, 파트 2는 그 정당성을 폭발시키는 구조입니다. 두 파트를 이어서 보는 것을 권합니다.

     

    Q. 실제 학폭 피해자가 더 글로리를 보면 트라우마가 자극될 수 있지 않나요?

    A. 이 부분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폭력 장면이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 경험이 있는 분들께는 시청 전 이 점을 인지하고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저 역시 일부 장면에서 불편함을 느꼈고, 특히 화상 장면은 꽤 자극적이었습니다.

     

    Q. 더 글로리가 학폭 문제 해결에 실제로 도움이 됐나요?

    A. 드라마 한 편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방영 이후 학폭 관련 사회적 논의가 늘고, 연예인·운동선수의 학폭 폭로가 이어진 것은 이 드라마가 의제 설정 기능을 했다는 근거가 됩니다. 미디어의 역할은 해결이 아닌 주목이며, 그 주목이 정책과 인식 변화로 이어지려면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Q. 더 글로리는 청소년이 봐도 되나요?

    A.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지정된 작품입니다. 폭력 묘사와 성인 서사가 강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직접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학창 시절을 경험한 성인이라면 공감 포인트가 훨씬 많이 열리는 드라마입니다.

     

    결론

    더 글로리는 복수극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핵심은 결국 학교폭력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가입니다. 동은의 18년은 단순한 복수 준비가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이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가해자에게 준 고통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드라마를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방관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저도 그 방관자 중 한 명이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wfrkFkJEYI&t=47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