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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어바웃 타임' 리뷰 (시간여행, 현재의 행복, 매 순간을 소중히)

필름아카이브 2026. 9. 2. 00:24

목차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신은 가장 먼저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영화 어바웃 타임은 21세의 영국 청년 팀이 아버지로부터 남자 혈통만이 가진 시간 여행 능력을 물려받으면서 시작됩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로맨스 영화겠거니 했는데, 보고 나서 꽤 오래 생각에 잠겼습니다. 시간을 되돌리는 이야기인데, 결국 말하고 싶은 건 지금 이 순간이었으니까요.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영화 '어바웃 타임'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영화 '어바웃 타임'

    시간 여행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들

    팀이 아버지에게 능력을 전해 들을 때 처음엔 믿지 않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 장면에서 '나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아마 똑같이 반신반의했을 것 같습니다.

    팀은 처음에 이 능력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연말 파티에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여성에 대한 아쉬움처럼, 용기가 없어 흘려보낸 순간들을 되돌리고 싶었던 거죠. 여기서 서사적 모티프(narrative motif)가 등장합니다. 서사적 모티프란 이야기 전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주제를 강화하는 핵심 장치를 말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놓친 기회를 되찾으려는 시도'가 그 역할을 합니다.

    메리를 처음 만난 건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 바(Bar)였습니다. 시각 정보 없이 대화만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설정을 감각적 서사 기법이라고도 부릅니다. 쉽게 말해 시각을 차단함으로써 오히려 감정의 밀도를 높이는 연출 방식입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그 장면에서 꽤 오래 멈췄습니다. '나는 과연 상대를 얼마나 제대로 듣고 있나' 싶어서요.

    하지만 팀이 룸메이트 해리의 공연을 살리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자, 메리와 교환한 번호가 사라져 버립니다. 인과율(causality)의 충돌이죠. 인과율이란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되는 연쇄적 관계를 뜻하는데, 시간 여행 장르에서 가장 자주 다뤄지는 개념입니다. 팀은 번호를 잃었지만 메리가 즐겨 찾던 케이트 모스 전시를 단서로 그녀를 다시 찾아갑니다. 이쯤에서 질문이 생깁니다. 만약 그때 메리를 못 만났더라면, 팀의 삶은 정말 불행해졌을까요?

    • 시간을 되돌려도 상대의 마음까지는 바꿀 수 없습니다 — 첫사랑 샬롯이 그 증거입니다
    • 행동을 바꾸면 다른 결과가 사라집니다 — 해리를 돕자 메리의 번호가 지워졌습니다
    • 능력보다 용기가 먼저입니다 — 팀은 결국 자신감을 갖고 메리에게 다시 다가갔습니다
    요약: 시간 여행은 결과를 바꿀 수 있어도 감정과 인연의 본질은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팀의 여정이 보여줍니다.

     

    현재의 행복을 찾는 법 — 아버지의 마지막 수업

    저는 가끔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을 합니다. 대학생 때로, 더 나아가 고등학교, 중학교 시절까지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 상념이 지금이 불만족스러워서라기보다는, 그냥 그때가 좋았다는 감각을 다시 꺼내보고 싶어서인 것 같습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면서 그 감각이 정확히 무엇인지 조금 더 선명해졌습니다.

    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가 팀에게 전한 조언은 단순했습니다. "똑같은 날을 두 번 살아봐라." 처음엔 그냥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번째 날에는 여유 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건 일종의 마음챙김(mindfulness)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마음챙김이란 지금 이 순간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판단 없이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심리적 태도를 말합니다. 실제로 미국심리학회(APA)에 따르면, 마음챙김은 일상의 만족감과 심리적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오래 멈췄던 장면은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였습니다. 팀은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과거로 돌아갑니다. 돌아가신 분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설정인데, 역설적으로 그 장면이 전혀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시간 여행자로서의 삶이 행복한 감정만 존재하지 않기에, 오히려 그 능력이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

    타이타닉의 명대사 "Make each day count"가 떠오르는 건 저만의 반응이 아닐 겁니다. 팀이 결국 선택한 것은 시간 여행을 멈추고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하루하루를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사는 것이었습니다. IMDb — About Time(2013)에 따르면, 이 영화는 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시간 여행이 아닌 삶 자체를 다루고 싶었다"고 밝힌 작품입니다. 그 의도가 마지막 장면에서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얽매이는 것과 과거를 추억하는 것은 다릅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다른 감정입니다. 아쉬움이 후회가 되는 순간, 그게 지금 발목을 잡기 시작하더라고요.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현실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과거의 나도 미래의 나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약: 아버지의 마지막 수업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두 번 살 줄 아는 태도가 삶을 바꾼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어바웃 타임은 단순한 로맨스 영화인가요?

    A. 표면적으로는 로맨스지만, 본질은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장치는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기 위한 도구입니다. 가족, 사랑, 상실을 다루는 방식이 여느 로맨스와는 결이 다릅니다.

     

    Q. 팀은 왜 결국 시간 여행을 그만두기로 하나요?

    A. 아버지의 조언을 실천하면서 팀은 평범한 하루를 두 번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는지 경험합니다. 시간 여행 없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 능력 자체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Q. 시간 여행을 해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나요?

    A. 영화 안에서 팀은 첫사랑 샬롯의 마음을 되돌리려 했지만 실패합니다. 상대방의 감정은 시간을 돌린다고 해서 바뀌지 않습니다. 또한 과거를 바꾸면 그로 인해 생긴 소중한 결과물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메리의 번호가 사라지는 장면에서 잘 보여줍니다.

     

    Q. 영화에서 아버지와의 관계가 왜 중요한가요?

    A. 아버지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삶의 철학을 전달하는 인물입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에도 아버지가 팀에게 남긴 조언은 "똑같은 날을 두 번 살아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가르침이 있었기에 팀이 결국 시간 여행 없이도 행복한 삶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

    어바웃 타임을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우리는 이미 어떤 의미에서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 자체가 어제와는 다른 하루를 선택하는 행위이니까요.

    다른 시간 여행 소재의 영화들이 과거를 바꿔 영웅적 서사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어바웃 타임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팀의 모습에서 오히려 우리 자신의 얼굴을 봅니다. 제 경험상 이게 이 영화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그게 후회로 굳어지면, 정작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놓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이 나중에 돌아보고 싶은 과거가 될 수 있다는 것, 어바웃 타임이 결국 전하고 싶었던 말이 그것 아닐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j_0VEimH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