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가 문득 뉴스 속 사건이 겹쳐 보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비스티 보이즈를 보면서 그랬습니다. 스크린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집착이, 며칠 전 뉴스에서 본 교제 스토킹 살인 사건과 자꾸 포개졌거든요. 윤종빈 감독의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하정우와 마동석의 날 것 그대로의 연기 덕에 지금도 입소문이 끊이지 않는 작품입니다. 인간 본성 — 유흥가 밑바닥이 보여주는 민낯비스티 보이즈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유흥가를 배경으로 도박, 사채, 불륜, 폭력이 뒤엉킨 인물들의 삶을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질감으로 담아냈거든요.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범죄 오락 영화겠거니 했는데, 보다 보니 이건 인간이 얼마나 쉽게 나락으로 떨어질..
어릴 적 뻐꾸기 다큐멘터리를 보고 며칠 동안 찝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다른 새끼들을 밀어내는 그 장면이 왜 이렇게 불편했는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감정의 정체를 알 것 같았습니다. 201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단순한 계층 갈등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간 욕망의 민낯을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꺼내 보이는 작품입니다. 탁란처럼 번지는 기생의 구조제가 직접 영화를 봤을 때, 영화 초반은 솔직히 코미디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기우가 가짜 이력서를 들고 박사장 집에 들어가고, 가족이 한 명씩 잠입하는 과정이 어찌나 능청스럽게 그려지는지 웃음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런데 문광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부터 영화의 색깔이 완전히..
솔직히 저는 월미도에 인천상륙작전 기념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몰랐습니다. 인천 서구에 가족들과 바람 쐬러 수도 없이 찾던 그 섬에 한국 현대사의 분수령이 된 작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니,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가슴 한쪽이 묵직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영화 은 그 기억과 맞물리면서 단순한 전쟁 오락물 이상으로 다가왔습니다. 숨은 영웅들이 만든 작전 — 팩트로 보는 인천상륙작전1950년 9월, 북한군이 한반도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던 그 시점에 맥아더 장군이 구상한 것이 바로 인천상륙작전(Operation Chromite)입니다. 여기서 크로마이트 작전이란 낙동강 방어선에서 수세에 몰린 유엔군이 적의 후방 보급선을 단번에 끊어내기 위해 인천에 기습 상륙하는 전략적 역습 작전을 의미합니다. 당시 군..
솔직히 저는 어린 시절 2029년을 그냥 까마득한 미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터미네이터가 개봉한 1984년, 스카이넷이 인류를 지배하는 2029년은 상상 속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불과 3년 뒤가 그 2029년입니다. AI가 일상 깊숙이 들어온 지금, 다시 꺼내 본 터미네이터 2는 단순한 SF액션이 아니라 꽤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습니다. T-800과 T-1000, 두 터미네이터가 보여준 기술의 격차터미네이터 2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T-800이 총을 맞아도 멀쩡히 걸어나오는 T-1000을 보며 당황하는 순간입니다. 제가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왜 같은 편이 더 약하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설정이 사실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T-800은 금속 내골격(Endos..
영화 한 편이 지금의 아내와 처음 눈이 마주쳤던 그 순간을 불쑥 꺼내올 때가 있습니다. 2004년 작 가 바로 그런 영화였습니다. 시간을 되돌리는 설정은 익숙했지만, 이 영화가 내놓은 결말은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 어딘가가 묵직하게 눌리는 기분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영화 배경 — 익숙한 설정, 낯선 결말타임루프(Time Loop) 장르라고 하면 보통 주인공이 반복 속에서 실수를 고치고 해피엔딩을 맞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타임루프란 특정 시점으로 시간이 반복되는 서사 장치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는 이 공식을 정면으로 비틉니다. 이안은 하루를 되돌려 사만다의 죽음을 막는 데 성공하지만, 그 대가로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왜 굳이 이런 결말을?"이라고..
죽음이 끝이 아니라면, 진짜 끝은 언제일까요? 어느 아침 지하철 안에서 우주의 시간 앞에 인간의 일생이 얼마나 찰나인지 문득 실감했습니다.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2년 전 세상을 떠난 장모님께로 이어졌고, 가슴 한켠이 무거워지던 그날 저녁 다시 한번 픽사의 '코코'를 만났습니다. 죽음을 다룬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느낀 감정은 무거움이 아니라 따뜻함이었습니다. 죽음의 의미 — 잊히는 것이 진짜 끝이다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우리가 죽은 뒤,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않는 그 순간이야말로 진짜 소멸이라는 생각 말입니다.'코코'는 멕시코의 전통 명절인 망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배경으로 합니다. 망자의 날이란 해마다 11월 1~2일, 죽은 이들이 잠시 산 자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