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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리뷰 (산왕전, 정대만, 강백호)

필름아카이브 2026. 9. 27. 02:51

목차


    슬램덩크 산왕전을 두고 "만화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스포츠 경기 묘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인공팀이 이길 거라고 알고 보면서도 심장이 쫄리는 경험, 저도 처음엔 그게 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토요일 하굣길에 동네 서점에서 31권을 한 권씩 모아 읽다 보니, 결말을 이미 아는데도 손이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감각이 뭔지, 이 글에서 제 경험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슬램덩크 키즈인 나에겐 정말 보석 같은 영화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슬램덩크 키즈인 나에겐 정말 보석 같은 영화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산왕전이 특별한 이유 — 이건 단순한 이변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만화의 클라이맥스는 "주인공이 기적을 만든다"는 공식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저는 슬램덩크 산왕전은 그 공식과 결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기적이 아니라 설계된 필연처럼 읽혔기 때문입니다.

    산왕공고는 단순히 강한 팀이 아닙니다. 전국 대회 3연패를 차지한 고교 최강팀으로, 두발 자유를 금지할 정도로 군기가 잡힌 팀입니다. 에이스 정우성은 고교 최고의 원핸드 드라이브를 구사하고, 주장 이명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포인트 가드입니다. 여기에 올 코트 프레스(All Court Press)를 구사할 수 있는 팀 전력까지 갖췄습니다. 여기서 올 코트 프레스란, 코트 전 구역에서 상대방 볼 핸들러를 압박해 패스 루트를 차단하는 전술입니다. 쉽게 말해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조이기 수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북산이 전반을 36대 34, 단 2점 차로 앞선 채 마쳤을 때 저는 처음으로 "이게 진짜 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 시절 만화책으로 처음 읽을 때, 전반이 끝나는 그 페이지에서 책을 덮고 숨을 고른 기억이 지금도 납니다. 제가 직접 읽어본 경험상, 그 순간의 긴장감은 어떤 스포츠 소설에서도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후반 들어 산왕이 올 코트 프레스를 전면 가동하자 북산은 14점 차까지 뒤처집니다. 이후 안 선생님이 구상한 송태섭 중심 오펜스, 즉 볼 핸들러가 낮은 드리블로 압박을 뚫고 인사이드로 배급하는 방식이 전환점이 됩니다. 농구에서 볼 핸들러(Ball Handler)란 팀 오펜스의 시작점이자 공격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수를 뜻합니다. 송태섭이 그 역할을 맡으면서 북산의 리듬이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 산왕공고: 전국 대회 3연패, 올 코트 프레스·존 프레스 전술 완비
    • 북산의 전반 종료 스코어: 36대 34로 북산 리드
    • 후반 최대 점수 차: 약 15~20점 차이까지 벌어짐
    • 전환점: 안 선생님의 송태섭 중심 오펜스 전술 변경
    요약: 산왕전은 기적이 아니라 전술과 개인 역량이 맞물린 설계된 역전극이었으며, 그 설득력이 이 경기를 명장면으로 만든 핵심입니다.

     

    정대만이라는 캐릭터 — 저는 왜 그를 제일 좋아했는가

    강백호나 서태웅을 가장 좋아한다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어린 시절부터 정대만이 유독 마음에 걸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슬램덩크의 주인공은 강백호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산왕전에서 가장 먼저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린 선수는 정대만이었습니다.

    산왕전 초반, 정대만은 채치수의 스크린 플레이를 활용한 픽 앤드 팝(Pick and Pop)으로 3점슛을 연속으로 꽂아 넣습니다. 픽 앤드 팝이란 스크린을 세운 빅맨이 안쪽으로 파고드는 대신 외곽으로 빠져 슛을 받는 전술입니다. 채치수가 스크린을 걸고, 정대만이 외곽에서 받아 쏘는 그 장면들은 단순한 득점이 아니라 "이 팀이 준비됐다"는 선언처럼 보였습니다.

    정대만이라는 캐릭터가 저에게 남다르게 다가온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중학교 시절 전국대회 MVP를 수상하는 등 최고의 선수였지만 반복되는 무릎 부상으로 그 토록 사랑했던 농구를 포기하고 어둠 속에서 비행을 일삼던 과거를 안고 다시 농구 코트로 돌아온 그의 서사가, 단순한 스포츠 만화의 문법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부상 투혼으로 허리 통증을 참으며 코트를 달리던 장면에서 저는 중학생임에도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화에서도 그의 활약은 원작과 동일하게 묘사됩니다. 만화 원작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영화까지 통틀어 정대만의 "함 미친" 장면은 팬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좋아하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사람의 모습이 그토록 멋져 보였던 건, 아마 제가 그 나이에 그런 열정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요약: 정대만은 아픈 과거와 부상 투혼이 교차하는 캐릭터로, 산왕전 초반 팀의 흐름을 실질적으로 바꾼 핵심 선수였습니다.

     

    강백호의 버저비터 — 순수함이 천재를 이긴 순간

    우리는 서태웅 같은 천재를 꿈꾸지만, 사실 닮고 싶은 건 강백호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만화의 히어로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천재형 선수라고 알려져 있지만, 슬램덩크는 4개월 차 초보 강백호를 결정적인 순간의 주인공으로 세웁니다. 제 경험상 이게 슬램덩크가 레전드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강백호의 역할은 산왕전에서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격 리바운드(Offensive Rebound)를 통한 세컨드 찬스 포인트 창출입니다. 공격 리바운드란 아군의 슛이 실패했을 때 그 볼을 되찾아 추가 공격 기회를 만드는 것으로, 득점을 직접 올리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냅니다. 강백호가 안 선생님에게 직접 배운 그 개념을 코트에서 실현하는 장면은, 4개월짜리 선수의 성장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입니다.

    또 하나는 블로킹(Blocking)입니다. 블로킹이란 상대 선수의 슛 시도를 공중에서 쳐내는 수비 기술로, 타이밍과 도약력이 핵심입니다. 올라운드 빅맨 신현철의 슛을 강백호가 연속으로 블로킹하는 장면에서,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바뀝니다. 저는 이 장면을 영화관에서 다시 봤을 때 어린 시절 만화책 속 그 장면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반응이 제 안에 아직도 남아 있었다는 게 스스로도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경기 종료 4초를 앞두고 강백호의 왼손 점프슛. 서태웅과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대사가 다시 소환됩니다. 버저비터(Buzzer Beater)란 경기 종료 신호와 동시에 터지는 결정적인 슛을 의미합니다. 최종 스코어 79대 78. 이 장면은 단지 만화적 감동이 아니라, 4개월 동안 쌓아온 강백호의 모든 순간이 수렴하는 지점이었습니다. 슬램덩크를 연구한 스포츠 문화 분석에서도 이 장면은 스포츠 내러티브의 교과서적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출처: NBA 공식 사이트 — 버저비터 통계 및 개념 참고).

    강백호가 소연이한테 "좋아해요"라고 고백하는 장면에서조차 그게 소연인지 농구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 캐릭터의 순수함은 일관됩니다. 좋아하는 것에 전부를 쏟는 사람만큼 멋진 사람은 없다고 지금도 생각하는데, 그 생각의 출발점이 강백호였다는 걸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요약: 강백호의 버저비터는 천재가 아닌 순수한 열정이 만들어낸 결말로, 슬램덩크 전체 서사의 가장 강력한 수렴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화는 원작 만화와 많이 다른가요?

    A. 산왕전 경기 자체의 흐름은 원작과 거의 동일합니다. 다만 영화는 송태섭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해, 원작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그의 가족사와 내면을 중심으로 감정선을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원작 팬이라면 낯설 수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익숙한 장면들이 새로운 깊이로 다가왔습니다.

     

    Q. 강백호의 버저비터 슛이 왼손인 이유가 뭔가요?

    A. 원작 내내 강백호는 왼손 훈련을 특훈으로 소화해왔습니다.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대사는 안 선생님이 오른손 위주 슈팅에 왼손 밸런스를 더하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는데, 결국 그 훈련이 결승 장면에서 살아납니다. 일반적으로 이 장면을 우연으로 읽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꽤 오랜 복선이 깔려 있었습니다.

     

    Q. 정대만이 산왕전에서 초반 3점슛을 연속으로 넣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뭔가요?

    A. 채치수의 스크린을 활용한 픽 앤드 팝 전술 덕분입니다. 채치수가 수비를 묶어두면 정대만이 외곽에서 오픈 슛 기회를 얻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으로 정대만의 활약이 개인 능력으로만 읽히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채치수와의 호흡이 핵심이었습니다.

     

    Q. 슬램덩크 이후 비슷한 스포츠 만화나 웹툰 추천해줄 수 있나요?

    A. 개인적으로 웹툰 '가비지 타임'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부산 중앙고등학교를 모티브로 했다고 알려진 농구 웹툰인데,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 "농구를 하는 이유는 그냥 제가 즐겁기 때문이었어요"가 강백호의 순수함과 정확히 겹쳐서 슬램덩크 이후 최고의 농구 웹툰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슬램덩크가 레전드인 이유를 분석하면 끝이 없지만, 저는 결국 하나로 정리됩니다. 이 작품은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준 작품입니다. 강백호의 버저비터도, 정대만의 부상 투혼도, 모두 그 한 문장으로 귀결됩니다.

    어린 시절 결말이 너무 빨리 끝난다며 아쉬워했던 그 감정도 지금 돌아보면, 그만큼 더 보고 싶었다는 뜻이었습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는데, 슬램덩크는 그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아직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화를 보지 못하셨다면, 원작 만화를 먼저 읽고 극장에서 다시 보시길 권합니다. 순서가 달라지면 감동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2lU5kMNIB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