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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 리뷰 (부림사건, 공안조작, 역사의식)

필름아카이브 2026. 7. 26. 02:10

목차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변호인이 딱 그랬습니다. 부림사건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그게 실제 역사라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죄가 없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고문하고, 읽어도 되는 책을 이유로 감옥에 가두는 일이 불과 몇십 년 전 이 땅에서 버젓이 벌어졌다는 사실. 그 충격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故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나게 하는 영화 '변호인' 포스터
    故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나게 하는 영화 '변호인'

    부림사건, 조작된 공안의 실체

    변호인은 1981년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실제로 일어난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부림사건이란 부산 지역 학생과 사회인들이 독서 모임을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뒤집어쓰고 영장도 없이 체포, 감금, 고문을 당한 대표적인 공안 조작 사건입니다. 쉽게 말해, 책 읽는 모임을 빌미 삼아 정권에 불편한 사람들을 통째로 잡아들인 것입니다.

    제가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충격받은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국가보안법이란 반국가 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인데, 여기서 '반국가'의 기준이 권력자의 구미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었던 시대였습니다. 이른바 이적 표현물이라는 개념 — 쉽게 말해 국가 체제를 위협한다고 판단된 책이나 문서 — 의 범위가 너무 자의적이어서,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나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같은 책들조차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혔습니다. 당시 서울대에서 권장도서로 추천하던 책들이 법정에서 증거물로 제출되는 황당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변호사 송우석이 법정에서 묻습니다. 서울대가 추천한 책이 불온서적이라면, 대한민국 최고 대학도 불온한 것입니까? 이 한마디가 그 시대의 모순을 정확하게 찌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제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 —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모이고 싶은 사람들과 모이는 것 — 이 한때는 목숨을 걸어야 했던 행위였음을 실감했습니다.

    부림사건의 실제 결말은 영화보다 훨씬 늦게 왔습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2009년 재심에서 개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2014년에는 국가보안법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가해자 누구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뒤늦게라도 명예를 회복했지만, 그 세월을 돌려받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 부림사건(1981): 영장 없이 학생·사회인 22명 체포, 고문 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
    • 이적 표현물로 지목된 책들: 역사란 무엇인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전환시대의 논리 등
    • 2009년 재심 무죄, 2014년 국가보안법 혐의 무죄 — 그러나 가해자 처벌은 없음
    • 영화 변호인의 실제 모티브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나서게 된 계기
    요약: 부림사건은 책 읽는 모임을 빌미로 삼은 공안 조작 사건이며, 피해자들은 30년 가까이 지나서야 무죄를 되찾았다.

     

    역사의식 없이는 반복된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한 건 사실 영화 자체보다 영화 바깥의 일들이었습니다. 故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잘나가던 세무 전문 변호사였습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고, 공안 사건 변호는 그 자체로 커리어를 망칠 수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부림사건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기로 했습니다. 영화에서 그 선택의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냥,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원칙이 무너지는 걸 참을 수 없어서. 그 단순함이 저는 가장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어떻습니까. 저는 일베로 대표되는 혐오 문화가 단순한 인터넷 일탈로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조롱하고, 고인의 추모 행사장에 나타나 희화화된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가 아닙니다. 그것은 역사의식의 완전한 부재에서 나오는 폭력입니다. 더 무서운 건, 그 행위를 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왜 그러면 안 되는지를 진짜로 모른다는 점입니다.

    민주화운동이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 국민이 국가 권력의 폭력에 맞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지켜낸 과정입니다. 출처: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1980년 광주에서 희생된 민간인은 공식 집계 기준으로도 수백 명에 달하며 부상자는 수천 명을 넘습니다. 이 역사를 조롱의 소재로 소비하는 것은 그 희생 위에 자신이 서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도덕 교육의 문제가 아닙니다. 역사가 왜 그렇게 흘렀는지,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배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올바른 역사교육이 혐오 표현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제재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뿌리를 알아야 무엇이 병든 것인지 보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변호인이 남기는 질문은 결국 이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당신은 어느 쪽에 서 있습니까. 잘못된 것에 항의할 줄 아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성찰 없이 이익만 계산하는 사람입니까. 故노무현 대통령이 꿈꿨던, 지역주의가 사라지고 화합과 통합이 이뤄진 대한민국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미완성을 채워가는 것은 영웅이 아니라 저 같은 평범한 시민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아주 조용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요약: 역사의식 없는 혐오 소비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 폭력이며, 올바른 역사교육이 그 뿌리를 바로잡는 출발점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변호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요?

    A. 네, 1981년 실제로 일어난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송우석은 故노무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캐릭터이며, 공안 조작 사건에 변호인으로 나서는 과정은 실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합니다. 다만 일부 인물과 장면은 극적 효과를 위해 새롭게 창작된 부분도 있습니다.

     

    Q. 부림사건 피해자들은 결국 무죄를 받았나요?

    A. 그렇습니다.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 이후 약 28년이 지난 2009년 재심에서 개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2014년에는 국가보안법 관련 혐의도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사건을 조작하고 고문을 자행한 책임자들은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Q. 영화에서 불온서적으로 나온 책들이 실제로 문제가 있는 책인가요?

    A. 전혀 아닙니다. 역사란 무엇인가는 현재도 대학 역사학과 필독서로 널리 읽히는 책이고,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당시 서울대 권장도서 목록에도 포함되어 있던 책들이었으며, 출판물 간행법상 합법적으로 유통되던 서적들이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일반 법률을 사실상 억압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이런 황당한 일이 가능했습니다.

     

    Q. 지금도 이적 표현물 관련 처벌이 가능한가요?

    A. 네, 현재도 국가보안법은 유효하며 이적 표현물 소지나 배포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발행된 간행물의 경우, 예술 서적이나 과학 서적이라도 서문에 노동당이나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면 이적 표현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해서 이 법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은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변호인을 다시 보면서 제가 느낀 건 감동이나 분노보다 먼저 책임감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건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현재의 질문입니다.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문장을 법정에서 변호사가 읽어 내려가는 장면은, 그게 단순한 법 조문이 아니라 누군가의 목숨값으로 지켜낸 문장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역사를 조롱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하지만, 더 근본적인 해결은 역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을 늘리는 것입니다. 故노무현 대통령이 꿈꿨던 화합과 통합의 대한민국, 그 꿈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묻기 전에 저부터 그 방향으로 걷고 있는지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ekugpEQSx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