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경기도 화성, 10명의 여성이 연쇄 살인마에게 희생됐고 사건은 33년간 미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은 바로 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저도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서 이 사건을 접할 때마다 "왜 아직도 못 잡았지?"라는 답답함이 가슴을 눌렀는데, 그 감정이 이 영화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습니다. 진범 '이춘재'가 검거된 시점에 다시 본 '살인의 추억'은 예전과는 다르게 다가 왔습니다. 수사기법 — 직감과 논리 사이, 그 처절한 간극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실화 기반이라고?"였습니다. 범죄수법, 수사 과정, 심지어 증거 부재 상황까지 당시 기록과 너무나 흡사하게 묘사돼 있어서 단순한 범죄 영화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영화 속 두 형사는..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변호인이 딱 그랬습니다. 부림사건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그게 실제 역사라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죄가 없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고문하고, 읽어도 되는 책을 이유로 감옥에 가두는 일이 불과 몇십 년 전 이 땅에서 버젓이 벌어졌다는 사실. 그 충격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바보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부림사건, 조작된 공안의 실체변호인은 1981년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실제로 일어난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부림사건이란 부산 지역 학생과 사회인들이 독서 모임을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뒤집어쓰고 영장도 없이 체포, 감금, 고문을 당한 대표..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한국 현대사를 다룬 작품이라면 무조건 무겁고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04년작 는 우리 현대사의 어두웠던 4.19 혁명부터 박정희 유신독재, 10.26 사태, 그리고 신군부 등장까지를 한 이발사의 눈으로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웃다가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 이 영화가 아니었으면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송강호 연기,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걸 하고 있었다일반적으로 송강호 배우 하면 '자연스럽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도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단순히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캐릭터의 내면 변화를 굉장히 정밀하게 설계해서 연기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