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그게 좋은 영화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2003년 개봉 당시 한국 최초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실미도'는 실제로 존재했던 684부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1.21사태를 먼저 접했는데, 그 계기가 좀 특별했습니다. 아내, 아이들과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에 자주 오르는데, 그 길목에 1.21사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그 길이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1.21사태, 그리고 복수를 위해 태어난 684부대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1968년 1월, 무장 공작원 31명이 휴전선을 넘어 단 5일 만에 청와대 코앞까지 접근했다는 사실을. ..
스포츠 영화는 약자가 이긴다는 결말을 이미 알면서도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약자의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면, 감동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영화 '리바운드'는 폐부 직전의 부산 중앙고 농구부가 전국대회 결승까지 오른 실화를 담은 작품입니다. 저도 처음 이 이야기를 접한 건 웹툰 '가비지 타임'을 통해서였는데, 영화로 다시 만나니 그 감동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해졌습니다. 언더독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팀이 있다면농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입니다. 명문 농구 고등학교였던 부산 중앙고가 선수 수급도 안 되고, 제대로 된 코치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것. 일반적으로 그런 팀은 그냥 조용히 해체 수순을 밟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언더독(und..
솔직히 저는 영화 '아일라'를 몰랐습니다. 한국전쟁을 다룬 콘텐츠라면 빠짐없이 챙겨본다고 자부했는데, 터키에서 역대 5위 흥행을 기록한 이 영화를 이제서야 알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1950년 한반도에서 시작된 터키 군인 슐레이만과 전쟁고아 소녀 아일라의 이야기, 그것도 60년 만에 재회하는 실화라는 걸 알고 나서는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한국전쟁과 터키 군인 슐레이만의 선택6·25 한국전쟁(Korean War)은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비극입니다. 여기서 동족상잔(同族相殘)이란 같은 민족끼리 서로를 죽이는 참혹한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이 전쟁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를 단 네 글자로 압축합니다. 저는 이 땅에서 불과 70여 년..
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보러 갔을 때 저는 그냥 '잘 만든 역사 영화' 정도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상영 내내 숨이 막혔고, 엔딩에서 실제 6월 항쟁 영상이 나오는 순간 저 또한 역사의 현장 한복판에 있는거 같아 가슴이 벅찼습니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 한 마디가 얼마나 거대한 역사를 뒤흔들었는지, 영화는 그것을 소름 돋도록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실화와 영화의 싱크로율 — 직접 비교해보니 달랐습니다일반적으로 실화 기반 영화는 극적 재미를 위해 사실을 상당 부분 각색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영화 1987은 제 경험상 그 공식이 거의 통하지 않는 작품입니다. 오히려 실제 역사가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영화는 그 팩트를 거의 그대로 옮겨 왔습니다.1987년 1월, 서울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