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저는 10.26사태에 대해 꽤 알고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유신독재의 마지막 장면, 궁정동 안가에서 벌어진 그 밤을 책으로, 자료로 여러 번 들여다봤으니까요. 그런데 '남산의 부장들'을 극장에서 보면서 예상 밖이었습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역사가 스크린 위에서 이렇게까지 촘촘하게 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감탄을 넘어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역사적 디테일: 팩션 영화가 역사를 재현하는 방식'남산의 부장들'은 팩션(faction) 영화입니다. 팩션이란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결합한 장르로, 역사적 사건을 뼈대로 삼되 상상력으로 살을 붙이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영화는 1990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
2024년 12월 3일 밤, 뉴스 속보 알림이 울렸을 때 저는 솔직히 눈을 의심했습니다. '설마 지금이 1979년도 아니고…' 하는 생각과 이야기로만 들었던 예전 군사반란이 떠올라 두려움을 느꼈었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며 분노했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현실에서 비슷한 장면이 펼쳐지는 걸 목격했습니다. 12.12 군사반란의 구조와 2024년 비상계엄의 데자뷔, 그리고 우리가 결코 잊어선 안 되는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12.12 군사반란, 그날 밤의 구조를 다시 읽다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피살됩니다. 권력의 공백이 생긴 바로 그 순간, 이미 오래전부터 기회를 엿보던 세력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육사 11기를 중심으로 결성된 비밀 사조직 하나회가 그 ..
6.25 전쟁 당시 흥남철수 작전으로 피란민 약 98,000명이 단 하루 만에 구출됐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그 숫자가 통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두 딸의 아버지로 살면서, 이 영화는 저에게 단순한 감동물이 아니라 거울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흥남철수, 숫자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흥남철수(興南撤收)란 1950년 12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세가 역전되자 함경남도 흥남 부두에서 유엔군과 피란민을 해상으로 대피시킨 군사작전을 말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 약 98,000명이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이 작전은 현재도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해상 피란 작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출처: 국회입법조사처).영화 속 어린 덕수는 막내 여동생 막순이의 손을 놓치..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한국 현대사를 다룬 작품이라면 무조건 무겁고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04년작 는 우리 현대사의 어두웠던 4.19 혁명부터 박정희 유신독재, 10.26 사태, 그리고 신군부 등장까지를 한 이발사의 눈으로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웃다가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 이 영화가 아니었으면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송강호 연기,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걸 하고 있었다일반적으로 송강호 배우 하면 '자연스럽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도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단순히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캐릭터의 내면 변화를 굉장히 정밀하게 설계해서 연기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