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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베테랑' 리뷰 (조태오, 갑질, 재벌)

필름아카이브 2026. 10. 7. 00:52

목차


    "어이가 없네." 이 네 글자가 스크린을 넘어 현실까지 건드렸던 건, 아마도 그게 단순한 대사가 아니었기 때문일 겁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역대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시원한 액션 영화겠거니 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씁쓸함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재벌들의 민 낯을 보여준 영화 '베테랑'
    재벌들의 민 낯을 보여준 영화 '베테랑'

    조태오라는 악역이 왜 그렇게 소름 돋았나

    영화 속 악역 조태오는 재벌 3세이자 종로구 기획조정실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등장합니다. 대중 앞에선 여유롭고 친근한 척하지만, 카메라가 꺼지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이 됩니다. 자신의 손에 글러브를 끼고 채권자를 보는 앞에서 폭행을 저지르는 장면은, 솔직히 이건 예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제가 느낀 건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묘하게 익숙한 불쾌감이었습니다.

    조태오의 캐릭터에는 실제 사건이 모티브로 깔려 있습니다. 2010년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 운전기사를 야구 방망이로 폭행하고 합의금으로 2천만 원을 건넨 사건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갑질'이란, 권력이나 재력을 앞세워 상대방에게 부당한 요구나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돈이나 지위로 사람을 짓밟는 행동인데, 이 단어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퍼진 게 바로 이 시기 전후였습니다.

    "나한테 이러고도 감당할 수 있겠어요?"라는 조태오의 대사 한 줄이 인물의 전부를 설명합니다. 이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 제가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그런 사람이 실재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류승완 감독과 유아인은 이 캐릭터를 설계하면서 조태오에게 '죄의식' 자체를 지워버리는 선택을 했고, 그게 이 악역을 더 무섭게 만들었습니다. 어린아이가 아무 감정 없이 벌레를 밟는 것처럼, 타인의 고통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인물. 그게 소시오패스(Sociopath), 즉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진 인물의 전형적인 모습이고, 영화는 그걸 희화화 없이 정면으로 보여줬습니다.

    • 조태오의 모티브: 2010년 실제 재벌가 운전기사 폭행 사건
    • 소시오패스적 설정: 죄의식 없이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인물 구조
    • 대중의 공감 포인트: 현실에서도 반복되는 '갑을 관계'의 폭력성
    • 천만 돌파 요인: 입소문과 대리만족 서사가 결합한 흥행 구조

    배우 유아인이 처음으로 도전한 악역이었다는 점도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유아인 스스로도 "연민을 불러일으킬 만한 장치를 다 걷어냈다"고 밝혔는데, 그 판단이 영화를 훨씬 강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류승완 감독은 차 안에서 조태오가 부하를 몰아세우는 장면을 수십 테이크 촬영하며 인물의 열등감과 내면을 끌어냈는데, 그 집요함이 결국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요약: 조태오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시오패스적 악역으로, 죄의식을 지운 설정과 유아인의 연기가 만나 역대급 빌런으로 완성됐습니다.

     

    스크린 밖에도 조태오는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사실 스크린 안이 아니었습니다. 2014년 12월,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게이트로 되돌아온 사건, 바로 '땅콩 회항' 사건이었습니다. 여기서 '항공보안법'이란 항공기 내 질서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로,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진그룹 장녀 조현아는 기내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이륙을 준비 중이던 비행기를 세우고 사무장을 내리게 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보통 갑질이라 하면 말다툼이나 폭언 수준을 떠올리는데, 이건 수십 명의 탑승객 일정을 46분이나 지연시키고 국제공항에서 항공보안법을 정면으로 어긴 사건입니다. 단순히 좋은 부모를 만나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그 지위로 수백 명에게 피해를 입힌 것입니다. 이후 조현아는 이름을 조승연으로 바꾸고 현재까지 재벌 3세 여성기업인으로 활동 중인데,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솔직히 말씀드리면 허탈했습니다.

    영화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라는 말로 약자 편에 서는 인물을 상징합니다. '대리만족 서사'란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정의가 픽션 안에서 실현될 때 관객이 느끼는 심리적 해소감을 뜻합니다. 베테랑이 천만을 넘긴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조태오가 수갑 차는 장면에서 박수를 쳤지만, 동시에 현실의 조현아를 떠올렸을 겁니다. 출처: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 영향력 연구

    영화가 통쾌하면서도 씁쓸했던 이유는, 결국 스크린 안에서만 정의가 실현됐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그 씁쓸함이야말로 이 영화를 단순한 오락물과 구별해주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땅콩 회항 같은 현실 사건들이 조태오와 겹쳐 보이면서, 베테랑은 대리만족을 넘어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건가요?

    A. 그렇습니다. 2010년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 운전기사를 야구 방망이로 폭행한 사건이 주요 모티브로 알려져 있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직접 이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고, 영화는 이를 재벌 3세의 갑질 구조로 확장해 서사화했습니다.

     

    Q. 베테랑이 천만 관객을 넘길 수 있었던 이유가 뭔가요?

    A.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건, 이 영화가 단순한 형사물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현실에서 해소되지 않는 불평등과 갑질에 대한 분노를, 서도철이라는 캐릭터가 통쾌하게 풀어주는 대리만족 구조가 핵심이었습니다. 초반 스코어는 천만을 예측하지 못했지만, 입소문이 폭발적으로 퍼지면서 결국 한국 역대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습니다.

     

    Q. 유아인이 베테랑에서 악역을 처음 맡은 건가요?

    A. 네, 베테랑의 조태오는 유아인이 처음으로 도전한 악역이었습니다. 류승완 감독은 유아인의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방향을 선택했고, 유아인 스스로도 "무조건 함께 하고 싶었다"고 말할 만큼 캐릭터에 강하게 끌렸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악역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Q. 땅콩 회항 사건이랑 영화 베테랑이 무슨 관계가 있나요?

    A.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두 사건 모두 재벌가 자녀의 갑질이라는 동일한 사회적 문제를 공유합니다. 영화가 개봉한 2015년은 땅콩 회항 이슈가 사회 전반에 퍼진 직후였고, 많은 관객이 조태오에게서 현실의 재벌 갑질을 겹쳐 봤을 겁니다. 그 때문에 영화의 결말이 더 강한 카타르시스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영화 베테랑이 그냥 시원한 액션 영화로만 기억되지 않는 건, 조태오라는 인물이 현실과 너무 가까이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영화는 보고 나서 기분이 두 갈래로 나뉩니다. 통쾌함, 그리고 씁쓸함. 스크린 안에서는 정의가 실현됐지만, 땅콩 회항의 조승연처럼 현실에서는 여전히 이름을 바꾸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이 영화는 한 번쯤 다시 볼 이유가 있습니다. 웃고 박수치고 나서 문득 드는 그 씁쓸함이, 사실 영화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일 테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JeqBJuWL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