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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부당거래' 리뷰 (초동수사, 검찰개혁, 수사권)

필름아카이브 2026. 10. 9. 01:57

목차


    경찰이 연쇄 살인 용의자를 잡겠다며 엉뚱한 사람에게 총을 쏴 죽입니다. 그런데도 그 경찰은 진급을 합니다. 2010년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가 그린 장면인데, 처음 봤을 때 "이게 설마 지금 현실이랑 이렇게 비슷하다고?" 싶어서 뒤통수가 얼얼했습니다.

     

    경찰이 뽑은 최악의 경찰영화 영화 '부당거래'
    경찰이 뽑은 최악의 경찰영화 영화 '부당거래'

    초동수사 실패가 만들어낸 부당거래의 시작

    영화는 다섯 건의 연쇄 살인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경찰의 무능함에서 출발합니다. 국과수 감정 결과 혈흔 훼손 정도가 너무 심해 증거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 초동수사(初動搜査)란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최초 수사 단계를 말하는데, 이 단계에서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이후 수사 전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영화 속 경찰은 바로 이 지점에서 치명적으로 실패합니다.

    제가 평소 범죄 관련 방송이나 라디오를 즐겨 듣는 편인데, 실제 사건에서도 초동수사 미흡이 얼마나 큰 후폭풍을 낳는지 반복적으로 목격했습니다. 현장 보존 실패, 증거 훼손, 참고인 진술 확보 지연. 이게 쌓이면 결국 엉뚱한 사람이 용의자가 되거나, 진범이 시간을 버는 구조가 됩니다.

    영화의 최철기 형사는 검거율이 높고 실력을 인정받는 인물이지만,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진급에서 번번이 밀립니다. 이 설정이 그냥 극적 장치가 아닙니다. 조직 내 카르텔, 즉 같은 집단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폐쇄적 구조가 수사 역량보다 학연을 우선시한다는 현실을 정확히 짚고 있습니다. 개봉한 지 15년이 넘었는데 지금 봐도 이 장면에서 헛웃음이 나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 연쇄 살인 5건 — 증거 확보 실패, 국과수 감정 불가 판정
    • 무고한 용의자를 총으로 사살하는 경찰의 과잉 대응
    • 경찰대 카르텔로 실력자 최철기의 진급이 계속 막힘
    • 진급과 내사 무마를 미끼로 한 조직적 압박 — 부당거래 성립
    요약: 초동수사 실패와 조직 카르텔이 맞물리면서, 한 형사의 양심이 거래의 대상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검경 유착과 카르텔 — 15년 전 영화가 지금도 유효한 이유

    영화에서 주양 검사와 태경그룹 김 회장의 관계는 단순한 친분이 아닙니다. 수사를 무마해 주고,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덮고, 골프장에서 은밀하게 만나는 장면들이 쌓이면서 검경 유착(檢警癒着)의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여기서 검경 유착이란 검찰과 경찰, 혹은 수사기관과 피의자 측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공유하며 수사를 왜곡하거나 무력화하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저는 이 영화가 경찰이 선정한 '최악의 영화'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납득이 갔습니다. 불편한 거울이었을 테니까요. 오죽하면 현직 경찰들이 집단적으로 불쾌감을 표명했을까요. 그만큼 영화가 실제 조직 문화의 어두운 면을 정밀하게 묘사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찰진 대사가 이 유착 구조를 더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어이가 없네" 같은 대사들이 아직도 패러디되는 건, 단순히 재밌어서가 아니라 그 대사들이 권력관계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베테랑과 부당거래에 공통으로 출연한 배우가 14명이나 된다는 점도 흥미로운데, 황정민, 천호진을 비롯해 당시 조연이었던 마동석, 오정세, 이성민이 지금은 모두 주연급으로 성장했습니다.

    검찰과 재벌, 경찰이 삼각형처럼 서로를 보호하는 이 구도는 영화적 상상이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이 카르텔이 얼마나 견고했는지는, 이후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사법 개혁 논쟁이 증명합니다.

    요약: 검경 유착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영화는 오락 형식으로 포장했지만, 그 비판의 날은 지금도 무뎌지지 않았습니다.

     

    검찰개혁과 수사권 이동 — 영화가 던진 질문이 현실이 되다

    최근 검찰청이 폐지되고 검찰의 고유 권한이었던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서 사건 수사권이 경찰에 집중되었습니다. 보완수사권(補完搜査權)이란 검사가 경찰의 수사 결과에 부족함이 있을 때 추가 수사를 직접 지휘하거나 보완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합니다. 이 권한이 폐지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실질적인 외부 견제 장치 하나가 사라진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 구조 변화를 단순히 "경찰에게 힘을 몰아준다"는 식으로만 보는 건 좀 과한 단순화입니다. 오랫동안 정치권과 결탁하여 봐주기식 수사, 그들만의 카르텔로 사회 전반에 깊은 불신을 심어온 검찰의 개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모든 개혁에는 득과 실이 동시에 따릅니다. 문제는 실(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입니다.

    현실적으로 걱정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빠지면서 생길 수 있는 수사의 장기화입니다. 사건 하나가 경찰 선에서 정리되지 않고 표류할 경우, 피해자와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시간과 고통이 길어집니다. 가짜뉴스에 현혹되어 "경찰이 이제 무소불위가 된다"는 막연한 공포를 갖기보다, 이 구체적인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수사 단계에서의 견제 구조 약화는 장기적으로 수사 품질과 인권 보호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출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일이 년만 보면 안 됩니다. 제도 변화의 효과는 최소 5년 이상의 시계로 바라봐야 합니다.

    요약: 검찰개혁은 불가피했지만,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수사 장기화와 견제 공백이라는 현실 문제를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 수사권 독점 시대 — 신뢰는 어떻게 회복되는가

    영화 속 진범은 처음부터 이동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를 제대로 된 절차로 잡는 대신, 조직은 자백을 강제하고 사건을 조작하고 사람 하나를 지워버립니다. 이 아이러니가 영화의 핵심입니다. 진실에 도달하는 방식이 부패하면, 결과가 맞아도 정의가 아닙니다.

    지금 현실에서 국민들의 불안은 같은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제주 실종 여성 사망 사건에서 경찰이 고의로 실종 신고를 종결시켰다는 정황, 광주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 신분이었던 아버지의 증거 인멸 의혹. 이런 사건들이 쌓이면서 수사권을 경찰에게 온전히 맡겨도 되는가 하는 의구심은 이제 꽤 근거 있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검찰 개혁을 지지하면서도 막상 경찰 수사권 독점이 현실화되자, 주변에서도 "그럼 이제 누가 경찰을 견제하냐"는 말이 많았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자료를 보면,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수사 관련 부패 사건이 공론화될 때마다 급격히 하락하는 패턴을 반복해왔습니다(출처: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의 자정(自淨) 능력과 외부 감시 체계의 강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작동해야 합니다. 자정 능력이란 조직 스스로 내부의 부패와 비리를 발견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을 의미합니다. 지금 경찰에게 필요한 건 뼈를 깎는 수준의 제도 쇄신과, 그 과정을 꾸준히 들여다볼 시민 사회의 감시입니다. 영화가 15년 전에 던진 질문을 우리는 아직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약: 경찰 수사권 독점 시대에 신뢰 회복의 조건은 조직 자정 능력과 외부 감시 체계의 동반 강화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당거래가 경찰이 선정한 최악의 영화라는 게 사실인가요?

    A. 개봉 당시 경찰 내부에서 상당한 불쾌감을 표명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경찰 조직의 카르텔, 초동수사 부실, 권력 유착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 불쾌감이 영화의 사실성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실제로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A. 가장 현실적인 우려는 수사 장기화입니다. 보완수사권은 검사가 경찰 수사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지휘하는 권한인데, 이 외부 점검이 사라지면 불완전한 수사가 그대로 기소로 이어지거나 반대로 수사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피해자와 가족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Q. 부당거래와 베테랑, 두 영화의 공통점이 뭔가요?

    A. 두 영화 모두 류승완 감독 작품으로, 공통 출연 배우가 14명에 달합니다. 황정민, 천호진이 대표적입니다. 주제적으로도 권력을 가진 자들의 부패와 그에 맞서는 현장 형사의 갈등이라는 구조가 유사합니다. 두 영화를 이어서 보면 감독의 시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Q. 검찰청 폐지 이후 경찰을 견제할 장치는 없나요?

    A.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 내 감찰 체계가 일부 기능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냐는 논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시민 사회의 꾸준한 감시와 언론의 역할이 제도적 견제만큼 중요한 시점입니다.

     

    결론

    부당거래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수사권을 쥔 자를 누가 견제하는가. 그리고 그 견제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건 누구인가. 영화 속 진범 이동석은 결국 잡혔지만,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이 죽고 조직은 자신을 지키는 데 급급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다시 꺼낸 이유는 검찰개혁의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게 아닙니다. 개혁은 불가피했고, 오래 곪아온 카르텔은 제거되어야 했습니다. 다만 경찰 수사권 독점이라는 새로운 구조가 자리 잡는 지금, 국민이 해야 할 일은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구체적인 감시입니다. 경찰 스스로의 쇄신과 시민 사회의 끊임없는 견제가 맞물릴 때, 비로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다른 결말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2uDG0BNrs8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