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1일, 북한의 대남도발로 추정되는 지뢰 폭발로 대한민국 군인 3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순간, 저는 영화 '더 록'의 험멜 장군이 떠올랐습니다.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그 분노, 영화 속 이야기인데도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험멜 장군이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영화 '더 록'(The Rock, 1996)에서 험멜 준장은 미 해군 무기창고에 침입해 VX 가스가 탑재된 미사일 16기를 탈취합니다. VX 가스(VX nerve agent)란 극소량으로도 인체의 신경계를 마비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화학무기로, 유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이 금지한 대량살상무기입니다. 쉽게 말해 한 방울이면 사람 하나를 죽일 수 있는 물질입니다.험멜은 단순한 악당..
예전 직장 근처 동물병원에서 영화 촬영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그 영화가 바로 '화차'였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묘하게 소름이 돋았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통째로 빼앗으려 했던 한 여자의 이야기, 그리고 몇 년 뒤 현실에서 그와 너무 닮은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 충격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신분도용 —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의 구조영화 '화차'에서 가장 섬뜩했던 장면은 차경선이 강선영의 삶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드러나는 부분이었습니다. 단순히 이름을 빌린 게 아니라, 우편물을 몰래 뜯어보고 생활 패턴을 수개월에 걸쳐 파악한 뒤 접근했습니다. 영화 속 종근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 당장 없어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사람"을..
솔직히 처음엔 그냥 스릴러 한 편 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제임스 맥어보이가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저는 뭔가 다른 영화를 보고 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한 배우가 23개의 서로 다른 인격을 오가는 장면들, 세 번째 감상인데도 여전히 헷갈리고 여전히 소름이 돋았습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2016년 작 는 그냥 '무서운 영화'로 소비하기엔 아까운 작품입니다. 다중인격이라는 설정, 실제로 있는 일이었다제가 직접 세 번 봐야 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케빈이라는 한 인물 안에 23개의 인격이 존재하고, 그 인격들이 각자의 이름과 성격, 심지어 신체 반응까지 달리하며 등장하는 구조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꽤 혼란스럽습니다. 데니스, 패트리샤, 헤드윅, 배리, 그리고 마지막에 실체를 드러내는 ..
솔직히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저는 단순한 재난 액션물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변종 연가시라는 기생충 하나가 사회 구조 전체를 건드리는 방식이, 코로나19와 옥시 사태를 직접 겪어온 저한테는 그냥 스크린 속 이야기로 넘길 수가 없었거든요. 변종 연가시, 어떻게 인간을 숙주로 삼는가연가시는 원래 사마귀나 메뚜기 같은 육식성 곤충을 숙주로 삼는 사상충입니다. 여기서 사상충이란 실처럼 가늘고 긴 형태의 기생성 선형동물을 의미하는데, 숙주의 몸 안에서 영양분을 빼앗으며 성장하다가 산란기가 되면 숙주의 뇌 신경을 직접 자극해 물속으로 뛰어들게 만드는 방식으로 번식합니다.영화 속 변종 연가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포유류, 나아가 인간까지 숙주로 삼을 ..
학교 다닐 때 반에 한 명쯤은 있었습니다. 혼자서 뭔가를 끄적이고, 선생님 질문엔 혼자만 아는 답을 말하는데, 정작 쉬는 시간엔 아무도 곁에 없는 그 아이. 저도 그런 친구를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당시엔 "왜 저렇게 굴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고 나서야 그 아이가 생각났습니다. 천재성과 사회성이 충돌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결국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이 영화는 아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천재성,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한다1939년,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인재들이었습니다. 언어학자, 수학자, 체스 챔피언까지. 하지만 그 안에서도 앨런 튜링은 유독 겉돌았습니다. 그는 팀원들이 수작업으로 암호를 해독하려 애쓰는 동안 혼자 ..
전사한 군인의 유해가 고향 땅을 밟는 그 순간, 공항 전체가 멈춥니다.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을 보면서 저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군복무 시절 밤샘 근무를 하며 중얼거렸던 군가 한 소절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밤잠을 이룬다.'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이 영화는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깊게 일깨워 줍니다. 챈스 일병의 귀환, 어떤 영화인가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라크에서 전사한 해병대 일병 챈스 러셀 펠프스의 유해를 고향인 와이오밍주 뒤부아까지 운구하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마이크 스트로블 대령이 자원하여 호송관(Escort Officer)을 맡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기서 호송관이란, 전사한 장병의 유해가 가족의 품에 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