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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 리뷰 (1.21사태, 684부대, 국가폭력)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그게 좋은 영화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2003년 개봉 당시 한국 최초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실미도'는 실제로 존재했던 684부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1.21사태를 먼저 접했는데, 그 계기가 좀 특별했습니다. 아내, 아이들과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에 자주 오르는데, 그 길목에 1.21사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그 길이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1.21사태, 그리고 복수를 위해 태어난 684부대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1968년 1월, 무장 공작원 31명이 휴전선을 넘어 단 5일 만에 청와대 코앞까지 접근했다는 사실을. ..

영화 리뷰 2026. 10. 4. 02:02
영화 '프로메테우스' 리뷰 (리들리 스콧, 프리퀄, AI 공포)

두 딸이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을 한 권씩 들고 와서 읽기 시작했을 때, 저도 덩달아 책장을 넘기다 문득 오래된 영화 한 편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였습니다. 인류의 창조주를 직접 찾아 우주로 떠난다는 설정, 그 안에 촘촘히 박힌 그리스 로마 신화의 코드들.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영화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고, 이번엔 삭제 장면까지 포함해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리들리 스콧이 설계한 세계관, 직접 다시 보니 달랐습니다솔직히 어릴 때 에이리언을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무서운 외계인 영화였습니다. 괴물이 나오고, 사람이 죽고, 심장이 쿵쾅거렸던 기억 정도였죠. 그런데 이번에 프로메테우스를 다시 보면서, 리들리 스콧이 에이리언 1편(1979) ..

영화 리뷰 2026. 10. 2. 11:39
영화 '머니볼' 리뷰 (오클랜드, 세이버메트릭스, 혁신)

메이저리그 최하위 팀이 20연승이라는 역대 기록에 도전했습니다. 2011년 영화 은 그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좋아했던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 한켠이 자꾸 뜨거워졌습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이야기가 29년 암흑기를 버텨온 LG 트윈스와 너무 닮아 있었거든요. 오클랜드의 현실 — 돈 없는 팀이 살아남는 법2001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연봉 총액은 약 4,100만 달러였습니다. 같은 해 뉴욕 양키스는 1억 2,500만 달러를 썼으니, 약 세 배 차이가 납니다(출처: Baseball Reference). 그야말로 게임이 안 되는 구조였습니다.단장 빌리 빈은 돈이 없는 상황에서 주력 선수까지 타 팀에 빼앗기는 이중고에 처해 있었습니다. 스카우트들은 여전히 "타자 폼이 좋다"..

영화 리뷰 2026. 9. 30. 10:54
영화 '공모자들' 리뷰 (사회적 공포, 반전, 장기밀매)

2012년, 저는 인터넷을 떠돌던 장기밀매 괴담을 그냥 허무맹랑한 소문쯤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해 수원에서 오원춘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괴담이 아니었습니다. 영화 '공모자들'은 바로 그 불안이 절정에 달한 시점에 개봉했고, 저를 포함한 많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오락이 아닌 사회적 경고로 다가왔습니다. 사회적 공포 — 괴담이 현실이 되던 그 시절영화를 보기 전 "그냥 잘 만든 스릴러겠지" 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난 뒤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2009년 중국을 여행하던 신혼부부가 장기밀매 조직에 의해 피해를 입은 실제 사건이 이 영화의 모티브였다는 사실이, 화면 속 공포를 현실로 끌어당겼기 때문입니다.인신매매(human trafficking)란 쉽게 말해 사람을 물건처럼 ..

영화 리뷰 2026. 9. 29. 01:32
영화 '더 록' 리뷰 (험멜 장군, 국가유공자, 잊혀진 영웅)

2026년 9월 21일, 북한의 대남도발로 추정되는 지뢰 폭발로 대한민국 군인 3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순간, 저는 영화 '더 록'의 험멜 장군이 떠올랐습니다.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그 분노, 영화 속 이야기인데도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험멜 장군이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영화 '더 록'(The Rock, 1996)에서 험멜 준장은 미 해군 무기창고에 침입해 VX 가스가 탑재된 미사일 16기를 탈취합니다. VX 가스(VX nerve agent)란 극소량으로도 인체의 신경계를 마비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화학무기로, 유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이 금지한 대량살상무기입니다. 쉽게 말해 한 방울이면 사람 하나를 죽일 수 있는 물질입니다.험멜은 단순한 악당..

영화 리뷰 2026. 9. 28. 03:13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리뷰 (산왕전, 정대만, 강백호)

슬램덩크 산왕전을 두고 "만화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스포츠 경기 묘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인공팀이 이길 거라고 알고 보면서도 심장이 쫄리는 경험, 저도 처음엔 그게 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토요일 하굣길에 동네 서점에서 31권을 한 권씩 모아 읽다 보니, 결말을 이미 아는데도 손이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감각이 뭔지, 이 글에서 제 경험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산왕전이 특별한 이유 — 이건 단순한 이변이 아닙니다일반적으로 스포츠 만화의 클라이맥스는 "주인공이 기적을 만든다"는 공식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저는 슬램덩크 산왕전은 그 공식과 결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기적이 아니라 설계된 필연처럼 읽혔기 때문입니다.산왕공고는 단순히 강한 팀이 아닙니다. 전국 대회 3연패를 차지한 ..

영화 리뷰 2026. 9. 27.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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