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화라면 보통 폭발과 총격전, 주인공의 활약상이 전부일 거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잔뜩 기대했던 건 화려한 전투 장면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자리에서 많은 생각에 잠겼었습니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전쟁이 한 사람의 내면을 어떻게 부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실존 인물 크리스 카일, 영화와 책 사이의 간극혹시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로도 저랬을까?" 하는 생각이 드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질문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미국 네이비 실(Navy SEAL) 소속 저격수였던 크리스 카일의 회고록을 원작으로 합니다. 네이비 실이란 미국 해군 특..
성범죄자 e알리미 알림이 울린 날 밤, 저는 영화 한 편을 틀었습니다. 알림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미성년자 강제 추행 전력이 있는 남성이 제 거주지 근처로 전입했다는 것. 그 찜찜함을 안고 본 영화가 바로 케빈 베이컨 주연의 이었는데,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는 것 이상의 감각이 밀려왔습니다. 불쾌함인지 공포인지, 아니면 그 둘이 뒤섞인 무언가인지 지금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재범률이 말하는 것: 교화는 가능한가죄를 지은 사람이 스스로를 통제하고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은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날 밤 그 질문이 전혀 다르게 들렸습니다.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성범죄 재범률은 꾸준히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동 대상 성범죄의 경우 출소..
영화 의 주인공 테디 다니엘스는 실은 자신이 찾고 있는 바로 그 범인입니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저는 한동안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습니다. 스릴러 영화를 꽤 즐겨 보는 편인데도,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속은 건 처음이었거든요. 이 글에서는 영화의 반전 구조와 그 안에 숨겨진 심리학적 의미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연방보안관 테디의 수사, 처음부터 설계된 함정이었다1954년, 전설적인 연방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는 새 파트너 척과 함께 배를 타고 셔터 아일랜드로 향합니다. 목적지는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고립된 섬 안에 자리한 중범죄자 수용 정신병원 애쉬클리프(Ashecliffe). 그가 맡은 사건은 자녀 세 명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된 레이첼 솔란도의 실종입니다.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병원에서 환자가 흔적도 ..
솔직히 처음 틀었을 때, 이게 공포영화인지 의심했습니다. 피 한 방울 없이 그냥 낡은 집과 커튼, 그리고 니콜 키드먼의 표정만으로 등이 서늘해졌으니까요. 2001년작 영화 는 제가 지금껏 본 공포영화 중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작품입니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 그 반전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질 않습니다. 반전 공포 — 분위기만으로 공포를 설계한 방식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저지섬(Jersey Island). 낡은 저택에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그레이스(니콜 키드먼 분)가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전쟁에 나간 후 연락이 끊겼고, 집 안의 모든 커튼은 항상 닫혀 있어야 합니다. 두 아이가 빛에 닿으면 심각한 반응을 보이는 광과민증(photosensitivity)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
당신이 살아있다고 믿는 이 세계가 사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설계된 구조라면 어떻겠습니까. 2005년 영화 는 그 불편한 질문을 정면으로 던집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단순한 SF 액션으로 접근했는데, 영화가 끝난 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복제인간 문제가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복제인간이 꿈을 꾼다는 것의 의미영화는 처음부터 아주 영리한 방식으로 관객을 속입니다. 주인공인 복제인간 링컨 6-에코가 사는 곳은 깔끔하고 체계적인 생존 시설처럼 보이고, 사람들은 모두 아일랜드 추첨에 당첨되기를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저도 초반 20분은 완전히 속았습니다. 이 시설이 낙원으로 가는 대기실처럼 느껴졌으니까요.그런데 링컨이 매일 밤 정체 모를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균열이 생깁니다..
사춘기가 문제가 아니라, 사춘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진짜 문제라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인사이드 아웃 2는 이 문제를 다시 한번 공감하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저도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문득 제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는데, 그 시절을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사춘기 버튼이 눌린 라일리, 인사이드 아웃 1 에서 뭐가 달라졌나전편에서 이사라는 큰 변화를 겪었던 라일리가 이번에는 13살 생일을 맞이합니다. 포니테일 머리, 치아 교정기, 그리고 볼에 살짝 돋은 여드름까지. 이 세 가지만 봐도 라일리가 어떤 시기에 들어섰는지 픽사는 말하지 않고도 보여줍니다. 그날 밤 감정 본부에 빨간빛이 들어오면서 전편에서 까칠이가 궁금해하던 '사춘기 버튼'이 드디어 눌리죠.감정 본부의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