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한국 현대사를 다룬 작품이라면 무조건 무겁고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04년작 는 우리 현대사의 어두웠던 4.19 혁명부터 박정희 유신독재, 10.26 사태, 그리고 신군부 등장까지를 한 이발사의 눈으로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웃다가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 이 영화가 아니었으면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송강호 연기,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걸 하고 있었다일반적으로 송강호 배우 하면 '자연스럽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도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단순히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캐릭터의 내면 변화를 굉장히 정밀하게 설계해서 연기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막혀 중간에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아픈 역사를 마주 해야 잊지 않고 기억할수 있음에 끝까지 집중했습니다. 2016년 개봉한 조정래 감독의 영화 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제 증언을 토대로 제작된 작품으로, 1943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강제 동원된 조선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한 역사 영화가 아니라,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일제강점기, 소녀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저도 처음엔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묵직하게 다가올 줄 몰랐습니다. 예전에 마포구 직장을 다닐 때, 회사 근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소녀의 상을 마주했을 때, 글과 영상으로만 접했던 것..
1923년 관동대지진 직후 단 3일 만에 무고한 조선인 6천 명 이상이 학살당했습니다. 이 참혹한 사실을 영화 을 보고 나서야 제대로 마주했을 때, 솔직히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죄수복 대신 조선의 관복을 입고 법정에 당당히 걸어 들어간 스물두 살 청년의 이야기, 지금 꺼내봅니다. 아나키즘과 불령사 — 괴짜 청년이 꿈꾼 것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는 아나키스트 하면 긴 바바리코트에 권총을 든 음울한 테러리스트를 떠올렸습니다. 그만큼 아나키즘(Anarchism)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던 거죠. 여기서 아나키즘이란 국가 권력과 일체의 강제적 지배를 부정하고, 개인의 자유와 자율적 연대를 최고 원칙으로 삼는 사상입니다. 쉽게 말해 "죄 없는 민중을 억누르는 모든 권력에 저항한다"는 신념인 셈입니다.박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동주'를 보기 전까지 저는 독립운동 하면 총을 들거나 만세를 외치는 장면만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흑백 화면 속 윤동주가 조용히 시를 써내려 가는 장면을 보면서, 그 고요함이 오히려 더 강하게 가슴을 찌르더군요. 글 한 줄이 어떻게 독립운동이 될 수 있는지, 이 영화가 그 답을 보여줍니다. 독립운동의 또 다른 얼굴 - 저항문학이란 무엇인가혹시 '독립운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저도 처음엔 무장투쟁, 아니면 광장에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는 모습만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그 외의 방식은 어딘가 소극적이고 덜 용감한 것처럼 느껴졌던 게 사실입니다.영화 '동주'는 그 고정관념에 조용히 균열을 냅니다. 극 중 윤동주는 사촌 송몽규처..
매년 삼일절이 되면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저도 그 줄 속에 서 있던 한 사람이었고,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뭔가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밀려옵니다. 감사한 건지, 미안한 건지, 아니면 그 둘이 뒤섞인 건지. 알수 없는 무거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영화 는 제가 그 감정의 정체를 좀 더 분명히 이해하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항거 - 우리가 몰랐던 서대문형무소의 1년유관순 열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를 외쳤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하셨다"는 정도로 답합니다. 저도 그 이상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영화 는 체포 이후의 이야기, 그러니까 우리가 교과서에서 건너뛰었던 마지막 1년을 정면으로 다룹니다.1919년 4월, 아우내 장터 만세 운동을 주도한 유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 그 순간만 기억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은 바로 그 이후, 마지막 1년의 안중근을 담은 작품입니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온 불편한 질문을 함께 던지는 영화입니다. 하얼빈 의거, 그 전과 후의 맥락영화 은 1908년 제1차 국내 진공 작전에서 시작됩니다. 국내 진공 작전이란 만주와 연해주에 주둔하던 독립군이 국내로 진입해 일본군과 직접 교전을 벌인 무장 독립운동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국경을 넘어 총을 들고 싸운 전면전이었습니다. 안중근은 그 한복판에서 생사를 오가면서도 전쟁 포로를 함부로 죽이지 말 것을 주장했고, 만국 공법을 지키는 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