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현상금 100만 원이 걸렸던 사내가 있습니다. 의열단 단장 김원봉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영화 한 편을 보기 전까지 전혀 몰랐고, 그 무지가 솔직히 부끄러웠습니다. 2016년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은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모티브로, 일본 경찰과 의열단 사이에서 갈등하는 조선인 형사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화려한 액션 없이도 보는 내내 숨이 막혔습니다. 의열단이라는 존재, 왜 우리는 몰랐을까일반적으로 독립운동의 역사는 백범 김구 선생의 한인애국단을 중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영화 의 오프닝을 보고 나서 그 인식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영화는 김상옥 의사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열혈단신(熱血單身), 즉 혼자 몸으로 수십, 수백 명의 일본 순사와 맞서 싸우다 ..
1,270만 명. 2015년 영화 이 기록한 관객 수입니다. 저는 이 숫자보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서 느꼈던 묵직한 감정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오락 영화를 봤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걸까, 그게 이 영화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 3기, 암살 작전이 시작된 배경영화의 배경은 1933년, 일제강점기 3기입니다. 흔히 이 시기를 민족 말살 통치기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민족 말살 통치란 일본이 조선인의 언어·이름·문화를 강제로 지우고 일본인으로 동화시키려 했던 정책을 의미합니다. 창씨개명 강요, 조선어 교육 금지가 이 시기에 집중된 것도 그 이유입니다.영화를 보기 전에 이 맥락을 알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910년부터 1919년까지 이어진 무단 통치기에 일제는 헌병 경찰이 칼을 차..
일본군 사상자 457명, 독립군 사상자 4명. 1920년 6월 7일 봉오동 골짜기에서 벌어진 이 전투의 결과를 처음 마주했을 때, 저는 솔직히 눈을 의심했습니다. 동아시아 최강을 자처하던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독립군이 거둔 첫 번째 대승. 그 역사가 왜 지금껏 이렇게 조용했는지, 그게 오히려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 독립군, 목숨을 건 유인 작전봉오동 전투를 이해하려면 먼저 '매복 유인 전술'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합니다. 매복 유인 전술이란 소수의 병력이 적을 도발해 아군이 유리한 지형으로 끌어들인 뒤 대기 중인 주력 부대가 일제히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미끼가 되어 적을 함정으로 끌어들이는 전술이죠.문제는 그 미끼 역할이 말 그대로 목숨을 거는 일이라는 겁니다. 독립군 팀 대장 장하를 비롯한..
솔직히 저는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교과서 속 한 줄 정도로만 흘려보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영화 를 보고 받은 충격이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고등학교 야구 대회에서 불거진 광주 혐오 응원, 스타벅스의 광주 민주화 운동 조롱 이벤트 논란을 접하며 다시 그날의 기억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5.18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5.18광주민주항쟁, 영화가 보여준 그날의 진실영화 를 보기 전까지 저는 5.18 광주민주항쟁을 막연히 "민주화 시위"로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그 인식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이건 시위가 아니라, 국가 권력에 의한 조직적 학살..
솔직히 저는 제주도를 수십 번 출장으로 오가면서도 그곳에 그런 역사가 있었다는 걸 몰랐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아름다운 섬이라는 인식만 있었을 뿐, 그 땅이 품고 있는 슬픔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었던 셈이죠. 영화 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제가 무엇을 모르고 지나쳤는지 깨달았습니다. 성산일출봉 너머에 숨어 있던 제주 4.3사건의 역사제주 출장이 잦아지면서 저는 어느 순간부터 제주를 그냥 '편한 곳'으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올레길을 걷고, 오름에 올라 사진을 찍고, 해산물을 먹으면서 이게 제주의 전부인 줄 알았죠.그러다 어느 날 성산일출봉 근처를 지나다 우연히 '터진목'이라는 팻말 앞에 멈춰 서게 됐습니다. 제가 직접 그 앞에 서 봤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냥 지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
한국전쟁(6.25전쟁) 사망자는 남북한 민간인과 군인을 합쳐 300만 명을 훌쩍 넘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데, 군 입대를 몇 달 앞두고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달랐습니다. 단순히 '전쟁은 무섭다'는 감상을 넘어, 그 숫자 하나하나에 진태와 진석 같은 사람이 있었다는 게 실감 나서 한참 자리를 못 뜬 기억이 납니다. 형제애가 무너지는 과정 — 전쟁이 사람을 바꾸는 방식영화 초반의 진태는 종로 거리에서 구두를 닦으며 동생 학비를 대는 평범한 형입니다. 누가 봐도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사람이죠. 그런데 전쟁터에 끌려간 뒤 진태의 목표는 단 하나로 수렴합니다. 무공훈장(武功勳章), 즉 전투에서 뛰어난 공을 세운 군인에게 국가가 수여하는 최고 등급의 포상입니다. 여기서 무공훈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