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동주'를 보기 전까지 저는 독립운동 하면 총을 들거나 만세를 외치는 장면만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흑백 화면 속 윤동주가 조용히 시를 써내려 가는 장면을 보면서, 그 고요함이 오히려 더 강하게 가슴을 찌르더군요. 글 한 줄이 어떻게 독립운동이 될 수 있는지, 이 영화가 그 답을 보여줍니다. 독립운동의 또 다른 얼굴 - 저항문학이란 무엇인가혹시 '독립운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저도 처음엔 무장투쟁, 아니면 광장에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는 모습만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그 외의 방식은 어딘가 소극적이고 덜 용감한 것처럼 느껴졌던 게 사실입니다.영화 '동주'는 그 고정관념에 조용히 균열을 냅니다. 극 중 윤동주는 사촌 송몽규처..
일제에 현상금 100만 원이 걸렸던 사내가 있습니다. 의열단 단장 김원봉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영화 한 편을 보기 전까지 전혀 몰랐고, 그 무지가 솔직히 부끄러웠습니다. 2016년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은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모티브로, 일본 경찰과 의열단 사이에서 갈등하는 조선인 형사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화려한 액션 없이도 보는 내내 숨이 막혔습니다. 의열단이라는 존재, 왜 우리는 몰랐을까일반적으로 독립운동의 역사는 백범 김구 선생의 한인애국단을 중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영화 의 오프닝을 보고 나서 그 인식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영화는 김상옥 의사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열혈단신(熱血單身), 즉 혼자 몸으로 수십, 수백 명의 일본 순사와 맞서 싸우다 ..
1,270만 명. 2015년 영화 이 기록한 관객 수입니다. 저는 이 숫자보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서 느꼈던 묵직한 감정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오락 영화를 봤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걸까, 그게 이 영화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 3기, 암살 작전이 시작된 배경영화의 배경은 1933년, 일제강점기 3기입니다. 흔히 이 시기를 민족 말살 통치기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민족 말살 통치란 일본이 조선인의 언어·이름·문화를 강제로 지우고 일본인으로 동화시키려 했던 정책을 의미합니다. 창씨개명 강요, 조선어 교육 금지가 이 시기에 집중된 것도 그 이유입니다.영화를 보기 전에 이 맥락을 알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910년부터 1919년까지 이어진 무단 통치기에 일제는 헌병 경찰이 칼을 차..
일본군 사상자 457명, 독립군 사상자 4명. 1920년 6월 7일 봉오동 골짜기에서 벌어진 이 전투의 결과를 처음 마주했을 때, 저는 솔직히 눈을 의심했습니다. 동아시아 최강을 자처하던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독립군이 거둔 첫 번째 대승. 그 역사가 왜 지금껏 이렇게 조용했는지, 그게 오히려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 독립군, 목숨을 건 유인 작전봉오동 전투를 이해하려면 먼저 '매복 유인 전술'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합니다. 매복 유인 전술이란 소수의 병력이 적을 도발해 아군이 유리한 지형으로 끌어들인 뒤 대기 중인 주력 부대가 일제히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미끼가 되어 적을 함정으로 끌어들이는 전술이죠.문제는 그 미끼 역할이 말 그대로 목숨을 거는 일이라는 겁니다. 독립군 팀 대장 장하를 비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