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변호인이 딱 그랬습니다. 부림사건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그게 실제 역사라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죄가 없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고문하고, 읽어도 되는 책을 이유로 감옥에 가두는 일이 불과 몇십 년 전 이 땅에서 버젓이 벌어졌다는 사실. 그 충격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바보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부림사건, 조작된 공안의 실체변호인은 1981년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실제로 일어난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부림사건이란 부산 지역 학생과 사회인들이 독서 모임을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뒤집어쓰고 영장도 없이 체포, 감금, 고문을 당한 대표..
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보러 갔을 때 저는 그냥 '잘 만든 역사 영화' 정도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상영 내내 숨이 막혔고, 엔딩에서 실제 6월 항쟁 영상이 나오는 순간 저 또한 역사의 현장 한복판에 있는거 같아 가슴이 벅찼습니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 한 마디가 얼마나 거대한 역사를 뒤흔들었는지, 영화는 그것을 소름 돋도록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실화와 영화의 싱크로율 — 직접 비교해보니 달랐습니다일반적으로 실화 기반 영화는 극적 재미를 위해 사실을 상당 부분 각색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영화 1987은 제 경험상 그 공식이 거의 통하지 않는 작품입니다. 오히려 실제 역사가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영화는 그 팩트를 거의 그대로 옮겨 왔습니다.1987년 1월, 서울대학..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촬영된 영상은 국내 언론이 아닌 외국인 기자 한 명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처음 그 사진들을 마주했을 때, 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건 영화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쉽게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꺼낸 사람들1980년 5월, 전두환 정권은 언론통제(Press Control)를 통해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철저하게 차단했습니다. 언론통제란 권력이 보도 내용을 검열하거나 억압해 진실이 국민에게 전달되지 못하도록 막는 행위입니다. 이른바 '땡전 뉴스'로 불리던 관제 언론들은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하거나 아예 침묵으로 일관했고, 양심 있는 기자가 제대로 보도하려 해도 동료들이 뜯어 말리는 분위기였습..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남산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게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수십 번은 남산을 오갔을 텐데도요. 영화〈하얼빈〉을 보고 나서야 다시 그곳을 찾아갔고, 여러번 방문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였지만 감회가 달랐습니다. 단순한 영화 리뷰가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역사적 맥락 — 안중근을 둘러싼 엇갈린 시선영화 〈하얼빈〉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안중근 의사를 영웅으로만 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 불편함이 낯설었습니다.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신화산 전투 이후 포로 석방 장면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만국공법(萬國公法)에 근거해 일본군 포로를 풀어줍니다. 여기서..
6.25 전쟁 당시 흥남철수 작전으로 피란민 약 98,000명이 단 하루 만에 구출됐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그 숫자가 통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두 딸의 아버지로 살면서, 이 영화는 저에게 단순한 감동물이 아니라 거울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흥남철수, 숫자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흥남철수(興南撤收)란 1950년 12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세가 역전되자 함경남도 흥남 부두에서 유엔군과 피란민을 해상으로 대피시킨 군사작전을 말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 약 98,000명이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이 작전은 현재도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해상 피란 작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출처: 국회입법조사처).영화 속 어린 덕수는 막내 여동생 막순이의 손을 놓치..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한국 현대사를 다룬 작품이라면 무조건 무겁고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04년작 는 우리 현대사의 어두웠던 4.19 혁명부터 박정희 유신독재, 10.26 사태, 그리고 신군부 등장까지를 한 이발사의 눈으로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웃다가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 이 영화가 아니었으면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송강호 연기,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걸 하고 있었다일반적으로 송강호 배우 하면 '자연스럽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도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단순히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캐릭터의 내면 변화를 굉장히 정밀하게 설계해서 연기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