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신은 가장 먼저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영화 어바웃 타임은 21세의 영국 청년 팀이 아버지로부터 남자 혈통만이 가진 시간 여행 능력을 물려받으면서 시작됩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로맨스 영화겠거니 했는데, 보고 나서 꽤 오래 생각에 잠겼습니다. 시간을 되돌리는 이야기인데, 결국 말하고 싶은 건 지금 이 순간이었으니까요. 시간 여행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들팀이 아버지에게 능력을 전해 들을 때 처음엔 믿지 않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 장면에서 '나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아마 똑같이 반신반의했을 것 같습니다.팀은 처음에 이 능력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연말 파티에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여성에 대한 아쉬움처럼, 용기가 없어..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미 끝난 사랑'을 굳이 다시 꺼내 볼 이유가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스크린 속 정원과 은호의 모습이 어느 순간부터 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고, 아내와 처음 함께하던 시절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이 글은 영화 속 장면들을 따라가며, 사랑이 왜 어긋나고 또 어떻게 우리를 단단하게 만드는지 직접 겪은 이야기와 함께 풀어봅니다. 초심을 잃을 때 사랑은 왜 어긋나는가영화에서 정원과 은호가 처음 만나던 장면을 보면서 제가 직접 느꼈는데, 두 사람이 바닷가에서 소원을 빌던 그 순간만큼은 세상 어떤 현실도 끼어들 틈이 없어 보였습니다. 은호의 꿈은 다양한 엔딩이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 정원의 꿈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집'을 갖는 것. 두 사람의 꿈은 형태는 달..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볼 때 저는 허봉구를 그냥 한심한 백수로만 봤습니다. 그런데 300원짜리 빨간 라이터 하나를 돌려받으려고 달리는 열차 위를 기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어느 순간 저 자신을 그 자리에 겹쳐놓고 있었습니다. 내 밥그릇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며 살아온 건 허봉구만이 아니었으니까요.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방식일반적으로 자존감(self-esteem)이 낮은 사람은 조용히 움츠러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자존감이란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는 심리적 토대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자존감이 낮다는 게 꼭 수동적인 모습으로만 나타나지는 않더라고요. 허봉구가 딱 그 경우였습니다.영화 초반, 그는 이마로 땅콩을 깨고, 예비군 훈련에 가야 ..
솔직히 저는 토이 스토리가 3편에서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디가 "잘 가, 파트너"를 남기고 떠나는 장면에서 이미 이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1996년 사촌 누나에게 받은 영어 더빙 비디오 테이프 하나가 제 어린 시절을 통째로 바꿔놓은 것처럼, 5편도 결국 극장으로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이번엔 두 딸을 데리고요.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이건 아이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는 걸 확신했습니다. 악역 없는 토이 스토리, 그래서 더 섬뜩했습니다일반적으로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긴장감은 명확한 악역에서 나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편의 시드, 2편의 알과 스팅키 피트, 3편의 랏소까지 30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5편에는 그 악역이 없습니다. 그 자..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도가니'에서 가해 교사들이 받은 최종 선고는 집행유예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분노보다 허탈함이 더 컸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집으로 날아온 우편물 한 장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만들어낸 현실일반적으로 영화는 현실을 과장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도가니만큼은 제 경험상 오히려 현실이 영화보다 더 참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배경인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실제로 수년간 지속된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였고, 최종적으로 가해자 상당수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여기서 집행유예란, 유죄는 인정되지만 일정 기간 동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형의 집행을 면제해주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실질적인 구금 없이 사회로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제가 영화에서 가장 불편했던 ..
고등학교 1학년, 강원도 평창 수련회에서 처음 트루먼 쇼를 봤습니다. 그때 느낀 건 단순한 영화적 감동이 아니었습니다. 진로도 모르고,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그 시절의 저와 트루먼이 묘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영화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건, 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평창 수련회에서 처음 본 트루먼 쇼1998년 개봉한 트루먼 쇼는 태어나면서부터 리얼리티 쇼(Reality Show)의 주인공으로 설정된 남자, 트루먼 버뱅크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리얼리티 쇼란 일반인의 실제 일상을 가감 없이 촬영해 방송하는 프로그램 형식을 말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주인공 자신만 그 사실을 모른다는 설정이 핵심입니다.트루먼이 사는 씨헤이븐(Seahaven)은 달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