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끝이 아니라면, 진짜 끝은 언제일까요? 어느 아침 지하철 안에서 우주의 시간 앞에 인간의 일생이 얼마나 찰나인지 문득 실감했습니다.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2년 전 세상을 떠난 장모님께로 이어졌고, 가슴 한켠이 무거워지던 그날 저녁 다시 한번 픽사의 '코코'를 만났습니다. 죽음을 다룬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느낀 감정은 무거움이 아니라 따뜻함이었습니다. 죽음의 의미 — 잊히는 것이 진짜 끝이다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우리가 죽은 뒤,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않는 그 순간이야말로 진짜 소멸이라는 생각 말입니다.'코코'는 멕시코의 전통 명절인 망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배경으로 합니다. 망자의 날이란 해마다 11월 1~2일, 죽은 이들이 잠시 산 자들의 ..
거절이 습관이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영화 의 주인공 칼처럼, 저도 한때 새로운 도전 앞에서 먼저 "안 돼"를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는데, 긍정적 사고 하나가 사람의 인생 방향을 얼마나 다르게 틀 수 있는지를요. 짐 캐리라는 배우가 이 주제를 이렇게 설득력 있게 풀어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긍정적 사고가 실제로 삶을 바꿀 수 있을까영화 에서 칼은 이혼 후 3년 동안 모든 것을 거절하는 삶을 삽니다. 대출 심사 담당자임에도 웬만한 대출은 다 거절하고, 친구의 파티도, 이웃 할머니의 부탁도 모두 "노(No)"로 막아버리죠. 칼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심리적 방어기제였습니다. 여기서 방어기제란, 외부 자극이나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
경찰이 연쇄 살인 용의자를 잡겠다며 엉뚱한 사람에게 총을 쏴 죽입니다. 그런데도 그 경찰은 진급을 합니다. 2010년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가 그린 장면인데, 처음 봤을 때 "이게 설마 지금 현실이랑 이렇게 비슷하다고?" 싶어서 뒤통수가 얼얼했습니다. 초동수사 실패가 만들어낸 부당거래의 시작영화는 다섯 건의 연쇄 살인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경찰의 무능함에서 출발합니다. 국과수 감정 결과 혈흔 훼손 정도가 너무 심해 증거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 초동수사(初動搜査)란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최초 수사 단계를 말하는데, 이 단계에서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이후 수사 전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영화 속 경찰은 바로 이 지점에서 치명적으로 실패합니다.제가 평소 범죄 관련 방송이나 ..
"어이가 없네." 이 네 글자가 스크린을 넘어 현실까지 건드렸던 건, 아마도 그게 단순한 대사가 아니었기 때문일 겁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역대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시원한 액션 영화겠거니 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씁쓸함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조태오라는 악역이 왜 그렇게 소름 돋았나영화 속 악역 조태오는 재벌 3세이자 종로구 기획조정실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등장합니다. 대중 앞에선 여유롭고 친근한 척하지만, 카메라가 꺼지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이 됩니다. 자신의 손에 글러브를 끼고 채권자를 보는 앞에서 폭행을 저지르는 장면은, 솔직히 이건 예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제가 느낀 건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묘하게 익숙한 불쾌..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그게 좋은 영화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2003년 개봉 당시 한국 최초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실미도'는 실제로 존재했던 684부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1.21사태를 먼저 접했는데, 그 계기가 좀 특별했습니다. 아내, 아이들과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에 자주 오르는데, 그 길목에 1.21사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그 길이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1.21사태, 그리고 복수를 위해 태어난 684부대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1968년 1월, 무장 공작원 31명이 휴전선을 넘어 단 5일 만에 청와대 코앞까지 접근했다는 사실을. ..
두 딸이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을 한 권씩 들고 와서 읽기 시작했을 때, 저도 덩달아 책장을 넘기다 문득 오래된 영화 한 편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였습니다. 인류의 창조주를 직접 찾아 우주로 떠난다는 설정, 그 안에 촘촘히 박힌 그리스 로마 신화의 코드들.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영화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고, 이번엔 삭제 장면까지 포함해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리들리 스콧이 설계한 세계관, 직접 다시 보니 달랐습니다솔직히 어릴 때 에이리언을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무서운 외계인 영화였습니다. 괴물이 나오고, 사람이 죽고, 심장이 쿵쾅거렸던 기억 정도였죠. 그런데 이번에 프로메테우스를 다시 보면서, 리들리 스콧이 에이리언 1편(19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