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를 떠올릴 때 독립운동가만 생각해 왔다면, 사실 우리가 놓친 이야기가 훨씬 많습니다. Apple TV+ 드라마 '파친코'는 항쟁이나 영웅 서사가 아닌, 그 시대를 그냥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또 다른 일제 강점기 드라마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 평범함이 오히려 더 무겁게 마음에 남았거든요. 우리가 정말 몰랐던 재일교포의 삶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재일교포(在日僑胞)라는 단어를 들으면 막연하게 '일본에 사는 한국 사람'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재일교포란 일제 강점기 이후 일본에 정착하게 된 한국인 및 그 후손을 의미하는데, 그 시작이 자발적 이민이 아닌 강제 노역과 생존을 위한 탈출이었다는 사실을 드라마..
현존하는 약 3,000개 언어 중 고유의 사전을 보유한 언어는 단 20여 개뿐입니다. 그 목록에 한국어가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제 가슴속에는 자부심이 가득차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영화 를 보고 나서였습니다. 이 숫자 하나가 우리말을 지키려 했던 분들의 무게를 그 어떤 대사보다 선명하게 전해줬습니다. 일제강점기, 말을 빼앗긴다는 것의 의미일반적으로 일제강점기의 탄압이라 하면 토지 수탈이나 강제 징용을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가 영화를 보면서 새삼 실감한 건, 언어를 빼앗는 것이야말로 가장 교묘하고 잔인한 방식의 지배였다는 점입니다.1930~40년대 일본은 이른바 민족말살통치를 내세웠습니다. 여기서 민족말살통치란 조선인의 언어·이름·문화를 강제로 일본식으로 ..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막혀 중간에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아픈 역사를 마주 해야 잊지 않고 기억할수 있음에 끝까지 집중했습니다. 2016년 개봉한 조정래 감독의 영화 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제 증언을 토대로 제작된 작품으로, 1943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강제 동원된 조선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한 역사 영화가 아니라,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일제강점기, 소녀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저도 처음엔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묵직하게 다가올 줄 몰랐습니다. 예전에 마포구 직장을 다닐 때, 회사 근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소녀의 상을 마주했을 때, 글과 영상으로만 접했던 것..
1923년 관동대지진 직후 단 3일 만에 무고한 조선인 6천 명 이상이 학살당했습니다. 이 참혹한 사실을 영화 을 보고 나서야 제대로 마주했을 때, 솔직히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죄수복 대신 조선의 관복을 입고 법정에 당당히 걸어 들어간 스물두 살 청년의 이야기, 지금 꺼내봅니다. 아나키즘과 불령사 — 괴짜 청년이 꿈꾼 것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는 아나키스트 하면 긴 바바리코트에 권총을 든 음울한 테러리스트를 떠올렸습니다. 그만큼 아나키즘(Anarchism)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던 거죠. 여기서 아나키즘이란 국가 권력과 일체의 강제적 지배를 부정하고, 개인의 자유와 자율적 연대를 최고 원칙으로 삼는 사상입니다. 쉽게 말해 "죄 없는 민중을 억누르는 모든 권력에 저항한다"는 신념인 셈입니다.박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동주'를 보기 전까지 저는 독립운동 하면 총을 들거나 만세를 외치는 장면만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흑백 화면 속 윤동주가 조용히 시를 써내려 가는 장면을 보면서, 그 고요함이 오히려 더 강하게 가슴을 찌르더군요. 글 한 줄이 어떻게 독립운동이 될 수 있는지, 이 영화가 그 답을 보여줍니다. 독립운동의 또 다른 얼굴 - 저항문학이란 무엇인가혹시 '독립운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저도 처음엔 무장투쟁, 아니면 광장에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는 모습만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그 외의 방식은 어딘가 소극적이고 덜 용감한 것처럼 느껴졌던 게 사실입니다.영화 '동주'는 그 고정관념에 조용히 균열을 냅니다. 극 중 윤동주는 사촌 송몽규처..
일제에 현상금 100만 원이 걸렸던 사내가 있습니다. 의열단 단장 김원봉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영화 한 편을 보기 전까지 전혀 몰랐고, 그 무지가 솔직히 부끄러웠습니다. 2016년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은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모티브로, 일본 경찰과 의열단 사이에서 갈등하는 조선인 형사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화려한 액션 없이도 보는 내내 숨이 막혔습니다. 의열단이라는 존재, 왜 우리는 몰랐을까일반적으로 독립운동의 역사는 백범 김구 선생의 한인애국단을 중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영화 의 오프닝을 보고 나서 그 인식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영화는 김상옥 의사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열혈단신(熱血單身), 즉 혼자 몸으로 수십, 수백 명의 일본 순사와 맞서 싸우다 ..